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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페르미·아르곤 연구소, 일과 삶 최상 수준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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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페르미 연구소 관계자가 지난달 24일 연구실에서 차세대 가속기에 장착할 초전도 가속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타원형 가속관은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길이 12m짜리 극저온 용기에 넣어 액체를 채운 뒤 사용한다. [시카고=신동연 선임기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가 성공하려면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연구원들에게 최상급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인 가속기연구소들은 일하기에도 살기에도 좋은 곳,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 문명의 혜택과도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초대 소장인 로버트 윌슨(1914~2000)은 과학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데 유난히 집착했다. 조각가이기도 했던 윌슨은 연구소에 초원 환경을 복원해 들소가 살 수 있게 했다. 테바트론 가속기는 지하 시설이지만 땅 위로 가속기 윤곽이 드러나게 조경을 설계했다. 방문객·관광객을 위해서다. 연구소 본관 건물은 프랑스 보베에 있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가 탁 트인 구조다. 우주 탄생 비밀을 캐는 연구소답게 본관 건물이 ‘영적인 소통’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세계 물리학계를 주도하는 데 페르미 연구소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자들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중이온가속기를 운영하는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NL)도 자체 연구 인력과 연간 4000명에 달하는 초빙 과학자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호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ANL은 사이클링·하이킹 코스가 연구소를 통과한다. ANL은 골프·달리기·체스 등 클럽 활동도 활성화하고 있다. 시카고 인근에 있는 ANL은 시카고의 수많은 박물관·공연장·쇼핑센터·음식점과 가깝다는 점을 과학자들을 유치할 때 강조한다. 뉴욕 주에 있는 BNL은 아예 레크리에이션 협회를 만들어 스키 여행, 스포츠 경기 관람과 같은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카고=김환영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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