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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국이 19조원 들여 양쯔강 물을 황허로 돌리려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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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길이 6300㎞로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揚子江·양자강). 양쯔강의 물을 가뭄에 시달리는 북부 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50년 기한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중국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문명 속의 물
유아사 다케오 지음
임채성 옮김, 푸른길
352쪽, 2만원

9일 밤 중국 베이징에는 눈이 내렸다. 석달 넘게 비 한 방울 오지 않다가 내린 첫 눈이다. 40년 만의 가뭄으로 베이징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의 물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6억명이 거주하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중국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1인당 757㎥ 꼴로 북부 아프리카 사막 지방인 모로코보다도 적다.

 중국 정부는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170억㎥의 양쯔강의 물을 황허(黃河·황하), 화이허(淮河·회하), 하이어(海河·해하) 등 북부의 3개 강으로 돌리려는 대규모 토목사업, 즉 남수북조(南水北調) 공정을 2002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50년 간 진행될 예정이고 지난해까지 들어간 돈만 115억 위안(약 19조원)이나 된다.

 이같은 중국 사례는 인류의 삶과 역사, 문명에서 물이 얼마나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니가타대학 명예교수 겸 도키와대 교수인 유아사 다케오(湯淺赳男)가 쓴 『문명 속의 물』은 물이 인류 문명의 생성·쇠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 머물지 않고 물이 개개의 문화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상세히 분석했다. 즉 강수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쌀이나 밀 중심의 농업 방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이 운하와 수차(물레방아)처럼 운송수단과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책에서는 또 고대 로마가 기원전 4세기부터 수도(水道)를 건설하기 시작해 11개의 수도가 건설된 덕분에 한 사람당 하루 500L의 수돗물을 사용했다고 전한다. 이는 21세기 한국 국민들이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 365L보다 많다. 로마에서 리조트식의 목욕탕 문화가 꽃 피울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인 셈이다.

 저자는 20세기 이후 인류가 물을 너무도 난폭하게 다루고 있다며 중국의 남수북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이집트 나일강의 아스완하이댐 사례에 견주어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물과 얽힌 중국·일본의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소개했지만 이웃 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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