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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방음벽 논란…건교·환경부 벽높이 놓고 5년째 줄다리기

중앙일보

입력

"조망권이냐, 소음 규제냐 "

2004년 개통되는 경부고속철도의 조망권과 소음도를 놓고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건교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건교부는 92년 차종(車種)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부고속철도의 환경영향평가를 일본 신칸센(新幹線) 기준치인 58dB(데시벨)로 정했다.

신칸센의 당시 최고속도는 시속 2백40㎞.

건교부는 이어 94년 최고시속 3백㎞인 테제베(TGV)로 차량이 결정되자 환경부에 TGV 기준 소음도인 65dB로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프랑스가 새로 건설 중인 뉴 TGV의 경우 소음 규제치를 60dB로 낮추었다며 이를 기준으로 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달 1일 국무조정실에서 '경부고속철도 소음기준 설정을 위한 조사단' 을 구성해 중재에 나섰다.

조사단은 TGV 현지 조사를 통해 가운데 수치인 63dB을 내놓았지만 건교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문제는 22일 열리는 국무조정실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건교부는 환경부 요구대로 60dB까지 규제치를 높이면 방음벽 높이가 무려 4m나 돼 승객들이 고속철도 구간의 70%를 흰색 방음벽만 보고 달리게 된다는 것.

또 경부고속철은 프랑스 TGV의 기술을 그대로 수입한 것이므로 TGV가 처음 건설될 때 소음도 기준이었던 65dB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중재안인 63dB이 돼도 방음벽 높이가 3m나 돼 역시 조망권이 사라진다" 며 "환경부가 환경단체의 압력에 밀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방음벽은 철도 부근 50m 이내에 인가(人家)가 있을 경우 소음도를 측정해 설치한다.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TGV 기준에 맞춰 이미 방음벽을 2.4m로 절반 이상 설치했는데 환경부 기준을 맞추려면 1천5백억원이 더 필요한 데다 조망권을 완전히 잃게 된다" 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고속철이 새로 건설되는 것인 만큼 당연히 뉴 TGV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치는 기존 TGV 방음벽 높이인 2m를 그대로 두고 기관차에 신기술을 적용해 소음도를 줄인 것이다.

또 투명 방음벽도 있는데 건교부가 굳이 흰색 방음벽만 고수하면서 조망권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80년대 후반 TGV가 운행되면서 역시 같은 논란 끝에 소음도를 65dB로 정하면서 방음벽을 2m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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