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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메네스와 최준석의 ‘뜨거운 우정’

중앙일보

입력

"준석과 제일 친해요. 같이 바에 가서 맥주도 마신 적 있어요."(켈빈 히메네스)

"네. 친해요. 히메네스 참 착한 친구죠."(최준석)

지난 10월 잠실구장. 전 두산 외국인선수 히메네스가 저 멀리 떨어진 최준석을 불렀다. 두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는 사이이지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퍽 다정해 보였다. 둘은 쉬는 날에 함께 만나 가볍게 맥주 한 잔씩 마신다고 했다.

히메네스는 최준석은 물론, 다른 두산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매운 한국 음식인 김치, 감자탕, 짬뽕까지 맛있게 먹으며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하는 히메네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었다.

올 시즌에도 두산에 머물 것 같던 히메네스는 돌연 라쿠텐행을 선택했다. 히메네스는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자녀 둘과 아내를 두고 온 가장이다. "내가 돈을 벌어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고 했던 그다. 야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외국인선수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적으로 경황이 없었을까. 두산 선수들은 "히메네스가 인사도 없이 갔다"며 아쉬워했다. 히메네스의 일본행을 예상하지 못했던 최준석은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면서도 "(그의)처지를 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몸은 떠났어도 추억은 남는 법이다.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열리는 라쿠텐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히메네스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면 언제나 밝은 미소를 짓는다. '절친'이었던 최준석도 잊지 않았다. 히메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안부 좀 꼭 전해주세요."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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