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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춤·한복·태권도, 발트해 수놓은 코리아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2000년부터 대규모 해외 종교 집회를 개최해온 만민중앙교회가 2010년에는 발트해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연합성회’를 가졌다. 만민중앙교회 측은 이번 행사를 “10여 년에 걸친 해외 순회 선교활동의 저력을 바탕으로 침체된 유럽 교회에 성령의 불길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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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현지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한국 부채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인구는 40만의 작은 도시지만 도심에 자리한 중세풍의 구 시가지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는 1997년 탈린의 구 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으며, 요즘도 주말이면 자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핀란드·러시아·독일 등 주변국과 멀리 아시아권에서도 중세를 체험해보려는 외지 관광객으로 붐빈다.

종교문화 | 한국문화와 해외선교가 만난다 #만민중앙교회 10년간 대규모 해외 종교집회 개최 #한국 문화 공연 준비에 석 달…17개국 외국인 포함해 1만 명 참여

2010년 10월의 마지막 주말. 구 시가지 초입에 있는 ‘소코스 비루 호텔’은 방이 동이 났다. 일반 관광객에 더해 만민중앙교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려는 인사들이 몰리면서 500개 이상의 객실이 꽉 차는 통에 호텔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만민중앙교회는 10월 30~31일 이틀에 걸쳐 사쿠 수르할 체육관을 빌려 ‘2010 에스토니아 연합성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한 러시아·핀란드·스웨덴·영국·프랑스·미국·중국·코스타리카 등 17개국의 외국인 200여 명을 포함, 대략 1만 명의 사람이 참가했다. ‘2010 DAYS OF SOUTH KOREA IN ESTONIA(2010년 에스토니아에서의 한국의 날)’로 명명된 행사는 기존 종교 행사에다 한국의 전통문화 공연이 더해지면서 작고 조용한 에스토니아에서 현지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크다는 사쿠 수르할 체육관에 마련된 중앙무대의 연단 뒤로 병풍처럼 내걸린 대형 걸개그림은 이날 행사의 성격을 말해줬다. 이 그림에는 에스토니아 국기와 태극기, 또 탈린 구 시가지와 한국의 부채춤 공연 모습을 새겨 넣었다.

태권도 시범은 드문 구경거리
만민중앙교회는 전 세계 ‘연합성회’를 개최할 때마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문화공연을 펼친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8시까지 3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연합성회’의 전반부는 현지인이 평소 접하지 못하는 한국 전통문화·체육 공연으로 꾸며져 사쿠 수르할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행사는 미국의 ‘사랑의 다리’ 단체 회장이자 시카고 복음교회의 목사인 마크 바잘레프의 개회사로 막을 올렸다. 마크 바잘레프 목사는 “오늘 행사는 에스토니아·한국·미국·러시아·핀란드 등을 비롯 총 17개국에서 참여하며, 전 세계 37개 방송사를 통해 220여 개국에 위성과 인터넷으로 방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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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시범을 보이는 에스토니아 태권도협회 회원들.

개회사 종료와 함께 터져나오는 축하 음악 속에 태권도복을 입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뜻밖에도 금발의 서양인이었다. 에스토니아 태권도 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시범단은 남자 4명, 여자 1명이 한 조를 이뤘다. 이들은 한국에서 흔히 그러하듯 처음엔 태권도 품세 시범에서 시작해 겨루기와 격파 등 점점 고난도 묘기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격파에서는 3단 회전 격파를 시도하는가 하면 무릎을 꿇은 두 사람 위로 날아 올라 발을 이용해 송판을 두 쪽 내기도 했다.

서로 어깨를 마주 잡고 서 있는 두 사람을 뛰어넘어 맞은편 송판을 두 동강 내는 등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이런 류의 태권도 시범을 직접 볼 기회가 드물어 아이가 특히 좋아한다”고 10살 난 아들과 함께 행사장은 찾은 한 여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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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과 소품으로 매혹적 무대를 선사한 한국 무용단.

태권도 시범이 끝나자 2001년 유러비전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자로 에스토니아인의 사랑을 받는 데이브 벤톤(60)이 무대의 마이크를 잡았다.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한 섬에서 태어난 그는 2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가수와 드러머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다 크루즈 여행에서 지금의 부인인 에스토니아 여성을 만나 1997년 이래 에스토니아에 정착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2001년 유러비전송 콘테스트에는 에스토니아의 신예 가수 두 팀과 함께 출전,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에스토니아의 국가적 자존심을 드높였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국민가수로도 불리며 청·장년층에서 골고루 사랑을 받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는 에스토니아인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4곡 등 모두 6곡을 30분에 걸쳐 열창, 장내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벤톤은 격조 있고 우아한 무대 매너로 관중의 시선을 장악했다. 벤톤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당신이 날 일으켜 주세요(you raise me up)> 등 고난 극복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을 부르기에 앞서 “이 노랫말은 내가 살아온 인생 역정을 말해주는 것 같다”며 선곡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벤톤은 공연 막바지 와 같은 찬송가도 불렀다.

관중석 열기가 고조될 즈음 미국에서 온 한 저명인사가 연단에 올랐다. 미국 영적외교단체 회장인 미하일 모글리스 박사가 축하 메시지를 낭독했다. 우크라이나 출생인 모글리스 박사는 옛 소련에서 최초로 라디오를 통해 기독교를 전파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은 전쟁 후 가난한 나라에서 기독교 부흥과 더불어 경제가 발전했다” 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에스토니아에도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는 1991년 독립할 때까지 50년 이상을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에 편입됐다. 그 영향인지 전 인구(130만 명)의 25%만이 루터교·러시아정교·가톨릭·개신교 등 종교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종교단체가 1만 명의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날 행사는 텔레비전 3개 채널, 라디오 4개 채널, 에스토니아 각종 신문매체 10여 곳, 인터넷 포털 사이트, 길거리 빌보드, 버스 정류장 광고, 전단지 배포, 초청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했다고 주최측이 밝혔다. 그 과정에서 탈린 시와 몇몇 지자체, ‘에스토니아 다민족문화진흥회’, ‘에스토니아 태권도협회’, ‘탈린 사회복지회’ 등의 후원과 협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토니아의 많은 도시에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홍보물이 뿌려졌다. 탈린에 사는 일리나 일로렌코도 자기 집 우체통에 배달된 행사 홍보 전단지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트롤리 버스 안에 붙여진 광고지를 보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한 청년도 “한국의 문화행사를 기대하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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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수들이 에스토니아 전통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의 무용·노래 공연이 시작되자 청중은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온 무용단·합창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기한 듯 시종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 공연팀은 만민중앙교회 예능위원회 소속 할렐루야선교단, 파워 워십팀, 천상의 무용팀 등 세 팀으로 꾸려졌다. 할렐루야선교단은 단원 23명이 노래팀과 반주팀으로 나뉘어 각종 국내외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교회를 대표해 공연을 펼친다.

에스토니아 전통 춤도 선사
현대무용에서부터 고전무용까지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연출하는 파워 워십팀은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더해 한국 고전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생 5명이 천상의 무용팀 멤버로 나섰다. 만민중앙교회는 2000년 우간다 연합성회를 비롯해 10여 년 동안 개최한 대형 해외 연합성회에서 매번 기독문화공연을 병행한다. 예능위원회를 둬서 각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양성, 수준 높은 공연으로 한국 전통문화에 접목된 기독교 문화를 알리는 데 활용한다고 교회 측은 설명했다.

에스토니아에서도 동양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 화려한 전통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출 때는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깃털이 달린 부채와 한복이 어울려 빚어내는 동양적이고도 아름다운 율동은 발트해의 도시 탈린에서는 여간해서는 접할 수 없는 색다른 광경이자 문화적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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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 참가자들이 사쿠 수르할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현지인은 부채춤이 그저 예술로만 받아들였겠지만 준비하는 측에서는 선율에 종교적 색채를 진하게 불어넣었다. “부채춤에 쓰인 곡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찬송가 40장)>와 <기뻐하며 경배하세>로 한국의 전통 의상과 부채를 통해 하나님의 위대함을 찬양했다”고 만민중앙교회 측은 설명했다. 배경음악 선곡에서부터 무용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의상 및 소품 제작, 연습과 호흡 맞추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3개월간 구슬땀을 흘려 준비했다고 한다.

에스토니아 전통 복장에다 전통 민요에 맞춘 에스토니아 전통춤도 한국인 무용단이 선사했다. 에스토니아 전통 민요 중 가장 유명한 곡의 하나인 <카라얀>을 배경으로 현지의 춤을 보여줌으로써 친밀감을 불어넣었다. 이 밖에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천사무용, 예수의 치료 사역과 십자가의 죽음을 그린 무용극도 감미로운 노래와 다이내믹한 춤으로 표현됐다. 그사이 연단 좌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무대공연 영상과 함께 에스토니아어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떠올랐고, 공연단도 현지인을 위해 에스토니아어·러시아어·영어 등 3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탈린 시 관계자에 따르면 탈린의 경우 에스토니아인과 러시아인이 반반 비율이라고 한다. 그래서 에스토니아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로도 통역서비스가 지원됐다는 후문이다.

■ 만민중앙교회의 역사

신도 13명 개척교회에서 28년 만에
10만 명 글로벌 대형 교회로 급성장

1982년 7월 25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33㎡(10평) 남짓한 작은 교회에서 지금의 당회장인 이재록 목사와 어린아이 4명을 포함한 13명의 신도가 개척예배를 했다. 그해 10월 10일에는 150명의 신도와 함께 창립예배를 했다. “현재 국내외 9000여 개의 지·협력교회와 국내에만 10만 신도를 가진 대형교회로 성장했다”고 교회 측은 밝히고 있다. 그 배경과 관련해 교회 측은 “하나님의 축복의 손길 가운데 이재록 목사를 통해 나타나는 놀라운 권능, 성도들의 끊임없는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도들은 서울의 본교회와 수도권 곳곳에 위치한 지성전, 전국 지교회 그리고 매주 위성을 통해 전세계 신도들과 동시화상 예배행사를 갖는다. 만민중앙교회의 예배 실황은 영어·일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스페인어·러시아어·우두르어·타갈로그어 등으로 동시통역되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예배도 진행된다.

만민중앙교회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활동도 펼치는 등 사회봉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구제위원회를 만들어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급하며, 무의탁노인 복지시설인 ‘만민복지타운’을 설립했다. 또 장애인 부부에게는 ‘합동결혼식’을 통해 가정을 꾸리도록 도와주며, 외국인을 위한 ‘미션하우스’에서는 그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다. ‘의료선교회’는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정복지선교회’를 둬서 소년원과 교도소를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 교회는 능력 있는 일꾼 양성을 위해 구역장ㆍ조장ㆍ지역장ㆍ기관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평신도 선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만민세계선교 훈련원’도 가동 중이다. 아동 및 학생주일학교에서는 매주 토요찬양예배, 성경공부, 성령충만기도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디어를 통한 활동도 활발하다.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1987년부터 발간된 만민뉴스는 현재 한국어,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포르투칼어 등 1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배포된다. 또 1990년 4월 들어 극동, 아세아방송 설교를 시작으로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각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복음을 전했다고 교회 측은 밝혔다. 2005년엔 만민TV가 중심이 돼 설립된 GCN(세계기독방송네트워크)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설치된 송출실에서 첫 전파를 쏘아올렸다.

이 교회는 교회의 역사를 3기로 나눈다.
1기는 교회의 태동기인 1980년대부터 2000년도 직전이다. 1982년 창립예배를 드린 후 5년 만에 교인이 3천 명으로 불어나는 등 교세가 급성장했다. 이때 각 선교회와 기도제물, 봉사대, 성가대, 예능팀 등 각종 조직과 부설기관이 들어섰으며, 대형 교회로 가는 초석을 다졌다. 또 이 시기에 교회의 영적 기반이 되는 성경 66권에 담긴 뜻을 정확하게 해독했다고 교회 측은 설명한다. 1990년대에는 기존 교단과 선을 긋고 새 교단(예수교대한연합성결회)을 창설하는 시기다. 미국 <크리스천 월드>지에 세계 50대 교회로 선정됐으며, 이때부터 미국,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목회활동을 확장한다. 매주 신도가 수백 명씩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교회 측은 설명한다.

2기는 국내에서 해외로 목회활동의 무대를 넓히는 시기다. 2000년 우간다를 시작으로 이스라엘까지 13개국에서 연합성회를 개최했다. 2005년 GCN 방송 네트워크가 설립되면서 인터넷과 위성을 통한 현장 생중계 방송도 본격화됐다.

2010년부터 시작되는 3기는 국내ㆍ외 선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제3의 도약기’로 명명된다. 가나안 성전과 대성전 건축이 당면한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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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참석자들.

1시간 30분에 걸친 문화공연이 끝나자 만민중앙교회 당회장인 이재록 목사가 ‘창조주 하나님’, ‘예수가 왜 우리의 구세주인가’를 주제로 설교에 나섰다. 이 목사는 “오늘 행사는 전 세계 220개국에 중계되고 있으며 양국 간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면서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못 하는 놀라운 역사가 전능하신 하나님을 통해 무수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설교가 끝난 뒤 일부 참석자의 ‘신앙 간증’이 이어졌다. 휠체어나 목발을 짚고 무대 위로 올라온 일부 현지인들은 “두 발로 서거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내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 참석해 진통이 훨씬 완화되었다”고도 했다. 교회 측은 “관절염과 척추염으로 고생하던 우크라이나 고위 공직자 부인은 통증이 사라졌다며 이 목사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기도와 신앙 간증이 이어질 즈음 에스토니아인 몇 사람과 만나 소감을 물었다. 알렉산드로 네우이민(19) 씨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국경지역에 있는 바이가라는 도시에서 왔다고 했다. 전문학교 졸업을 앞둔 그는 현지의 스튜디오(한국의 공연단)에서 일한다. 스튜디오의 가수 19명, 무용수 5명이 단체로 이번 행사 관람차 상경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래서인지 한국 문화 공연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다고 했다. “종교행사를 겸한 줄 알았지만 한국의 음악과 춤을 직접 보고자 먼 길을 왔다”고 했다. 그는 “여지껏 우리가 보지 못한 전혀 다르고, 아름다운 공연이라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에스토니아 언론인도 많이 왔다. 에스토니아 TV방송국인 ‘채널 2’의 울라 루프(50) 기자는 이날 행사를 취재해 그날 밤에 편집, 방송하고자 사쿠 수르할 체육관을 찾았다. 그는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행사에 참여한 관중들이 좋아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취재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문화행사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서는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경로가 없기에 에스토니아 관중은 문화공연을 아주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사도 취재에 나서
행사장에서 만난 에스토니아인 목사 막심 토마솝(33) 씨는 에스토니아 북부 도시 실라마에의 크리스천 패밀리 센터라는 교회의 담임목사로 일한다. 이 교회는 성령의 초자연적인 능력(방언, 병 고침)을 강조하는 오순절 교회 계통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막심 목사가 안수를 받았던 2003년은 만민중앙교회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합성회를 열었던 때다. 훗날 현장 녹화 방송을 접한 그는 만민중앙교회를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막심 목사는 “만민중앙교회와 우리 교회는 공히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치료하고, 간증을 한다”며 에스토니아 탈린 행사 개최를 환영한다는 반영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현지 행사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교회를 잘 모르는 데다 문화행사를 좋아한다고 해서 문화행사와 종교행사 두 가지 포인트로 홍보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치료를 받고자 오는 사람, 하나님에 대해 알고자 오는 사람, 문화 페스티벌을 보러 오는 사람 등 세 부류가 참가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민(All Nations)’이라는 이름에 국내 선교는 물론이고 세계 선교의 비전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해외로 나가게 된다는 것. 만민중앙교회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를 돌며 ‘연합성회’를 열고 있다. 2000년 우간다를 시작으로 일본·파키스탄(2000년) →필리핀·케냐(2001년)→온두라스·인도(2002년)→러시아(2003년)→독일·페루(2004년)→콩고·미국(2006년)→이스라엘(2009년)→에스토니아(2010년)에 이르기까지 14개국을 순회하며 ‘연합성회’를 열었다. 기독교 선교의 불모지이자 이슬람 교세가 강한 파키스탄과 힌두교의 나라 인도,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 70년간 종교를 모르고 살았던 러시아 등에서 실시한 ‘연합성회’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 해외 선교활동에서 문화공연은 현지인의 관심을 끌고 현장의 분위기를 돋우는 기능을 한다. 만민중앙교회 측은 이런 문화공연도 신앙적 관점에서 기독문화를 선도하는 예능활동으로 간주한다. “에스토니아같이 종교적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는 문화공연을 통한 기독 문화 전파가 큰 몫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교회 설립 이래 28년 동안 5개의 성가대와 찬양전문 닛시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이번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할렐루야선교단, 파워 워십팀도 문화공연에서 터줏대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예술선교단, 크리스탈 싱어즈, 빛의 소리 중창단, 사랑 율동단, 새렘국악선교단, 피아노 6중주팀, 금관 앙상블 등 동·서양의 음악과 무용을 공연하는 팀을 33개나 구성했다. 무용과 연주 등 예능분야로 선교에 참여하려는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만민 기독문화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만민중앙교회 측은 “한국 전통무용과 음악 공연은 현지인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기회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 인터뷰_ 당회장 이재록 목사

'내년부터는 국내 선교에도 힘써'

10월 31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만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행하는 모든 목회 관련 활동이 “하나님의 뜻과 음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성회를 선정하는 기준은 뭔가요?
“하나님이 제게 1년에 두 번씩 해외에 가라고 하셨습니다. 뉴욕 성회에 이어 이스라엘에 3년간 복음을 전파하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하나님이 성회 개최 국가를 지정해주시는 건가요?
“저는 모든 게 하나님 뜻대로 살고, 하나님 음성을 들어가면서 명하는 대로 삽니다. 성회를 요청하는 국가는 100개국이 넘어요. 대통령이 초청한 나라도 여럿이고요. 그렇다고 다 가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어디로 가라 지정해주는 곳으로만 갑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그동안 네가 간 나라를 선으로 그려보라고 하셨어요. 그랬더니 스텔스 비행기 모양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너는 많은 나라를 가보진 않았지만 이미 네 이름은 세계에 알려졌다”고 하셨어요”

-에스토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소감은?
“유럽이 전반적으로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어요. 에스토니아도 원래 기독교 국가인데 점점 하나님을 떠나가고 있지요. 대신 타 종교가 부흥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권능의 폭발로 유럽을 일깨우고 러시아와 공산주의를 깨우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왔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과의 교통이 있었습니다.”

-기독교 신도가 별로 없는 나라에서 이 정도면 비교적 많은 인원이 모인 것 아닌가요?
“어떤 분은 제 권능으로 치료를 받고자 오고, 또 어떤 분은 하나님에 대해 알고자 오기도 하고, 한국 문화 페스티벌을 보고자 오는 사람도 있지요. 이렇게 3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종교행사와 문화행사를 한데 접목한 이유는?
“만약 다른 나라 같았으면 문화라는 말을 거의 안 붙입니다. 그냥 하나님의 권능을 소개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곳 분들은 교회를 모르는 데다 문화행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현지 조직위원 측에서 타이틀을 그렇게 붙이자 해서 권능도 알리고 문화공연도 홍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의 해외 연합성회에서도 항상 30분 정도는 문화행사를 했습니다.”

-해외 연합성회는 계속되는 건가요?
“내년부터는 국내 선교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빨리 국내에서 활동해달라고 합니다. 제가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성회를 하려고 합니다. 종교와 무관한 사람이라도 누구든지 성회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말씀도 듣고, 치료도 받고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하면 좋겠습니다.”

-기성 교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의향은?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죠. 지금은 세계를 돌다 보니 그렇게 신경을 못 썼습니다. 내년부터 한국 교계에도 나갑니다. 가서 집회도 할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오해가 풀릴 것입니다.”

탈린(에스토니아)=글 박성현 월간중앙 차장 [psh@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o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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