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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석 선거로 뽑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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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티븐 힐
뉴아메리카재단 정치개혁프로그램 소장

지난달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놓고 후 주석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내의 괄목할 만한 민주주의의 성장에 대해 언급했어야 했다.

 2010년 9월 후 주석은 홍콩에서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그는 “법에 따른 민주적 선거와 민주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정치, 국민의 알권리·표현·참여·정치의 권리를 보장해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한 달 전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선전(深?) 경제특구에서 했던 연설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에게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포함한 정치적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다음 단계로 경제특구 6곳에서 직접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이미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선거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으면 놀란다. 마을 공동체법에 따라 100만 곳에 육박하는 중국의 모든 마을에서는 3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유권자는 6억 명이 넘는다. 물론 지역 공산당 관리들이 이 선거를 조작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영국 서섹스 대학교 로버트 벤윅 교수에 따르면 마을 선거는 무소속 후보들이 늘어나고, 비밀투표제가 보편화되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선거 도입 이후 마을의 공공 서비스 지출은 20% 증가했고, 관리의 부패에 따른 행정 비용은 18% 감소했다. 원 총리는 마을 선거가 몇 년 내 상위 지자체 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로 진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자체 선거는 조심스러운 민주주의 연습이라고 볼 수 있다. 공산당 하위 지부에서는 지역·중앙 당 위원을 뽑기 위한 경쟁 선거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 선거에선 자리보다 15~30% 많은 후보가 등장한다. 공산당은 7300만 당원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 선거를 통해 뽑히는 지도자는 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공산당 내부의 선거가 보편화된다면 당 내 엘리트 집단 사이의 사상적 이견을 명백히 드러낼 것이다. 중국에서의 급속한 변화는 이미 사상적 투쟁을 비롯, 도시·농촌, 부자·빈민 간의 반목을 야기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민주주의 발전이 서양식 모델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유교학자 장칭은 삼원제(tricameral)를 제안했다. 삼원제는 입법부가 독립적인 세 개의 의회로 구성된 제도다. 한 의회가 공산당 당원으로 구성한다면 다른 두 의회는 일반 국민 중에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은 1987년 “50년 뒤엔 중국에서도 주석을 선거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민주주의 발전상을 보건대, 덩샤오핑의 예언은 더 일찍 실현될지도 모른다.

스티븐 힐 뉴아메리카재단 정치개혁프로그램 소장
정리=이에스더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