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가입] 세계경제 세기말 대호재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합의는 세계경제에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 지구촌 인구의 5분의 1을 보유하고,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세계경제질서의 체제 내로 편입되면서 세계경제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라는 WTO의 대원칙에 합의한 이상, 세계경제의 자유무역 추세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협상타결로 미.중은 모두 승자의 대열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첫째는 중국의 장기적인 발전 시나리오 각도에서 볼 때 지난 78년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를 계속적으로 발전시킬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경제 질서로 편입해 대내적으론 개혁을, 대외적으론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현재 정체단계를 맞은 개혁개방 정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산이다.

즉 외국자본의 투자가 봇물을 이뤄 자금난에 시달려 온 중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각 기업들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개발 등의 치열한 경쟁 물결에 밀려 하락세에 들어선 중국 경제에 활력소가 되리란 것이다.

둘째, 글로벌화 된 세계경제에서 중국은 이제 WTO 회원국의 신분으로 각종 세계 경제상의 분규를 공동의 규범 아래 해결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동안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휘둘러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제소나 슈퍼 301조 적용 등에 대해 WTO 제소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분쟁해결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연례적으로 미국측의 심사를 받아야 했던 정상무역관계(NTR.예전의 최혜국대우)가 자동 연장되게 돼 당분간 대미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셋째, 중국의 대중화 경제권 건설에도 WTO 가입은 큰 보탬이 되고 있다.

97년 반환받은 홍콩이 86년, 오는 12월 20일 품에 돌아오는 마카오가 이미 91년 WTO에 가입한 상태. 여기에 중국의 WTO 가입 이후 곧바로 대만이 WTO에 참여할 예정으로 양안사지(兩岸四地)의 경제무역을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 데도 WTO 가입은 중국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또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에겐 커다란 외교 승리로 집권 후반기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기업을 위해 세계 최대 시장을 열어놓은 미 대통령으로 남을 예정인 탓이다. 금융.보험.통신 등 각종 서비스산업에서의 중국 진출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들은 이미 흥분 상태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WTO 타결을 계기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과도 서둘러 협상에 나설 예정이나 이들 국가.지역이 미국의 예를 따를 게 분명해 이렇다할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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