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 엄마야” … 울던 아기가 미소를 지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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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호 16면

“거의 다 됐어요. 지그시, 끝까지 힘을 주세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이은희씨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있는 힘을 다해 아랫배에 힘을 줬다. 순간 답답했던 것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면서 온몸이 편안해졌다. 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의사가 엉덩이를 살짝 때리자 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진통이 계속되는 동안 아내의 손을 잡고 있던 남편 황한성씨는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한 생명이 세상에 홀로 서는 순간이었다. 의사가 말했다. “너는 유명한 사람이 되겠구나. 태어나자마자 카메라 세례를 받는 걸 보니.”

셋째 딸 출산 황한성이은희 씨“애들 덕에 부부사랑 커졌어요”

몸을 닦은 아이는 엄마와 첫 대면을 했다. 간호사가 일러 줬다. “따님이에요. 3540g이고요. 얼굴도 예쁘고 몸도 완벽합니다.” 손가락으로 아이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이은희씨가 말했다. “별아, 엄마야.” 엄마 배 속에서 듣던 익숙한 목소리였다. 울먹이던 아이가 순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일 오후 2시20분, ‘별’이라는 태명의 새 생명은 이렇게 서울 묵정동 제일병원 가족분만실에서 태어났다.

다음 날 만난 이은희씨는 몸이 가벼워 보였다. 침대에 단정히 앉아 기자를 맞이했다. 자연분만을 하면 몸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된다. 그녀는 39세, 남편은 41세. 이미 16세, 14세 된 딸들을 두고 있다. 딸딸이 엄마가 딸부자 엄마가 됐다. “아들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남편은 딸이라고 더 좋아하는걸요. 그이가 아이를 많이 좋아해요. 두 딸을 낳고 정관수술까지 했는데 아이를 더 가지고 싶어 해 시험관아기로 임신을 했어요.”

요즘 세상에 아이를 셋씩이나 키우자면 허리가 휜다. 특히 사교육비가 문제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아이들 학원 안 보내요. 인터넷과 방과후 학교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공부가 다가 아니잖아요. 둘째까지는 많이 닦달했는데 셋째는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요. 시골로 내려가 넓은 데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어요. 남편도 생각이 비슷해요. 요즘 아이 하나 키우는데 2억원쯤 든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그 돈이 자기 손에 남겠느냐고 하던데요. 큰딸도 자기가 돈 벌어 동생 키우겠다고 하니까 걱정 없죠. 하하하.”

출산율이 너무 낮은 세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는 금실이 좋지만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잘 지내지 못했을 거예요. 어떻게 10년, 20년 둘이서만 얼굴 마주 보고 살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우리는 사랑이 훨씬 커졌어요. 홀로 크는 아이도 문제죠. 아이들에게 남 배려하지 않으면 공부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고 가르칩니다.”

분만 과정을 촬영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별이는 복도 많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념사진을 찍게 됐으니.” 분만실은 성스러운 공간이다. 정결해야 한다. 그런 곳에 선뜻 취재를 허락했으니 기자도 복이 많다. 다섯 식구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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