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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즈니스와 訣別 서둘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2년 만에 막을 내린 김우중 신화(神話)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나. 그 의미는 단순히 한 오너의 퇴출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김우중으로 대변되는 한국형 경영의 퇴장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른바 아날로그형 경영의 종언(終焉)이다.
경영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 그 한가운데 인터넷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이 기업의 명운(命運)을 가르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새물결을 먼저 잘 타지 못하면 더 이상의 생존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인터넷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왜 인터넷 경영인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경영의 동향은 어떤 것인가. ‘디지털 LG’를 이끄는 디지털 경영인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인터넷 경영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지도 들어본다. <편집자>

“기존 사업을 파괴하라”(Destroy Your Business.com).
‘걸어다니는 경영학 교과서’로 통하는 잭 웰치 GE(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이 지난 봄 사내 비공개회의에서 했다는 말이다. 세계 최우량 기업 GE의 21세기 경영전략. 그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활용은 곧 과거 비즈니스와의 결별을 뜻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전해 진다.

GE는 미국 기업으로선 드물게 전구에서 항공기 엔진, 방송(NBC), 금융(GE캐피털)에 이르기까지 30여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문어발 기업. 81년부터 19년째 최고 경영자로 재임중인 웰치는 그 안에서 거의 신과 같은 권위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저마다 올해 ‘가장 존경할 만한 경영자’로 그를 뽑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까지 그에겐 ‘경영의 귀재’라는 최고의 찬사와 ‘네안데르탈인’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어다녔다. 이 별명엔 인터넷을 모르는 원시인이라는 비아냥이 담겨 있다. 그가 ‘넷맹’에서 탈출,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건넜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당신이 어설픈 자세로나마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다면 웰치보다는 진도가 빠른 셈이다.

전자상거래로 표상되는 인터넷 경영은 더 이상 인터넷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96년 구매 시스템을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바꾼 GE는 인건비의 30%, 구매비용의 20%를 절감했다. 인터넷 활용은 이제 뒤처지면 도태되는 경영의 대세다. 단적으로 Y2k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이 있을까?

지난 93년 90억 달러의 적자를 낸 미국의 IBM사는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했다. 내부조직을 전자상거래 체제로 바꾼 이 회사는 지난해 6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통신기기 부품 메이커 시스코는 제품의 65%를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과거 주문에서 배달까지 두세 달 걸렸으나 지금은 2주면 끝난다. 델 컴퓨터의 맞춤형 PC는 48시간 안에 배달된다.

전자거래덕에 맞춤형PC 이틀이면 배달

우리 정부는 2001년 15조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시장에 전자상거래 방식을 전면 도입키로 했다.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무려 2만1천여개. 삼성전자는 이런 추세에 맞춰 지난 3월 모든 자재를 인터넷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삼성·LG·대우·현대 등 전자 4사는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부품들을 골라 인터넷 입찰을 실시하고, 사이버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니텔 온라인 쇼핑 서비스 ‘유니플라자’는 지난해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들어 9월까지 상위 5대 증권사의 사이버 거래 총액은 2백조원을 넘어섰다. 대신증권의 경우 사이버 거래의 비중은 57%나 된다. 점포 중심 영업 시대가 가고 인터넷·PC통신망을 통한 사이버 거래 시대가 온 것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 규모를 압도하고 있다. 기업간 거래는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담보할 전자화폐의 상용화는 시간문제인 듯하다. 인터넷 활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지 않아도 되는 업종이란 없다.

김인제 삼성SDS e-사업추진팀장은 “앞으로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퇴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5년 후면 인터넷 기업이란 말이 없어질 겁니다.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요.미국의 한 경영진단가는 ‘주가 총액 사상 최대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라 하더라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소홀히 하면 2년 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윤성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넓히거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고객도 달라졌다. 우리나라 국민은 약 10%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이용자의 3분의 1이 온라인 쇼핑을 한다.

‘무서운 아이들’ N세대

명함에 e메일 주소를 박는 것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관습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쇼핑도 하고, 놀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이 현상을 e-라이프라고 명명했다.

무엇보다 N세대가 새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N세대(Net Generation)는 77년에서 97년 사이에 태어난 디지털 문명 세대. 컴퓨터와 막 사귀기 시작한 꼬마부터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20대 초반까지의 이들은 ‘네트’라는 말이 함축하듯 전화보다 e메일이 더 친숙하고, TV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한다. 수동적인 수용자이기를 거부하고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려고 한다.

정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표현이 분방하며, 주관은 뚜렷하다. 제품 자체보다 제품의 상징성·이미지에 더 끌리는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인터넷 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 김인제 팀장은 무엇보다 투자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엔 매출액의 67%를 인터넷에 투자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사이버 고객들은 로열티가 약해요. 편리하고 유리한 곳을 찾아 끊임없이 옮겨다니죠. 국산품 애용이니 뭐니 하는 얘긴 이제 안 통합니다. 경쟁력 있는 선진 업체들의 사이트가 ‘속도전’으로 나올 때 우리 시장을 과연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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