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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제자리 실력, 걱정은 이제 그만…열혈 발명가 두 사람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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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특허를 받은 발명품이 상품으로 성공할 확률은 1% 정도다. 골프 발명가 정대훈씨(오른쪽)와 정영호씨는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만드는 일 자체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여성 전문 케이블 TV인 GTV의 정대훈(63) 회장은 골프 발명가다. 자동 퍼팅 매트와 골퍼의 허리 교정용 의자를 개발했다.

“백스윙 크기를 조절해주는 손목시계 등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발명품들이 수십 가지 더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만든 퍼팅 매트는 언뜻 보기엔 홀에 들어간 후 볼이 되돌아오는 다른 퍼팅 매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설명을 들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른 연습기구는 홀 앞에 가파른 오르막 경사가 있어 제대로 된 연습이 아니다. 더구나 볼이 떨어지는 소리 탓에 새벽이나 심야에는 연습할 수 없다. 내가 만든 퍼팅 연습기는 평탄하다. 쉬운 기술이 아니다. 작아 보이는 그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주머니에서 멜빵 끈을 꺼내 팔에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보디턴 스윙 연습용 티셔츠. 평소에는 보통 티셔츠로 입어도 된다.

팔꿈치가 몸에서 지나치게 많이 떨어지는 ‘플라잉 엘보(flying elbow)’와 ‘닭날개 현상(chicken wing)’을 방지하면서 보디턴 스윙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한 티셔츠도 만들었다. 평소에는 티셔츠로 입다 주머니에서 멜빵 끈을 꺼내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닉 팔도가 수건을 겨드랑이에 끼고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여자 속옷처럼 보여 ‘왜 저렇게 민망한 모습으로 훈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구 끝에 이 제품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명가의 길로 접어든 것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선생님이 토머스 에디슨에 관한 얘기를 해주시면서 ‘발명가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도 발명의 소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발명에 미쳤다”고 말했다. 방과후 과학실험실에서 비커를 들고 살았다. 전자제품을 다 뜯어 보고, 모든 걸 깊이 있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공고 전자과에 진학한 것도 그래서였다. 기술직으로 방송국(KBS)에 입사해 발명과 방송 일을 동시에 했다. 대교방송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J골프의 박희상 방송 본부장은 “기술국장으로 일하던 그가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줬는데 대부분 쓸 만했다. 머리에 발명 아이디어가 가득한 분”이라고 말했다.

쇼트게임에서 몸과 클럽의 일체감을 느끼게해주는 손목 꺾임 방지용 아대.

정 회장은 “지금은 일반화된 호텔 등의 카드키를 발명했고 방송 자막 생성기도 공동 개발했다. 예순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떤 물건을 보면 ‘저건 언제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정 회장은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몇 달 연습한 것이 전부고, 필드에 나간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골프는 발명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은 미개척지며 골프의 원리에 대해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여러 분야에서 발명을 하는데 요즘은 골프 관련 발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골프 관련 발명품으로 돈을 벌면 다른 분야의 발명품도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당구 실력은 500 이상이다. 그는 합기도 등 운동을 해서 근육과 관절의 역할과 원리를 잘 아는 편이다. 정 회장은 “투수가 공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듯 골프의 그립은 매우 중요하다. 어드레스도 생명이다. 팔꿈치가 몸 쪽을 향해야 하고, 손목을 약간 꺾어야 제대로 힘을 낼 수 있다. 프로는 그런 몸의 원리를 잘 모른다. 정형외과 의사가 스윙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골프 발명품 중 야심작은 허리 치료용 의자다. 골프가 몸의 한쪽만 쓰는 운동이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간다는 사실에 착안해 개발했다. 그는 “방석과 바퀴 부분에 이전에 없던 스프링 기술을 이용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자세교정이나 복부비만에도 좋은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자화자찬만은 아닌 것 같다. 정형외과 전문의 정기동 원장은 “유연성과 허리 강화 운동을 할 수 있는 허리 교정용 의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회사원이나 수험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쇄를 찍은 골프 교습서『아마골프 가이드』의 저자이자 인터넷 아마골프(www.amagolf.co.kr) 사이트 정영호 대표도 골프 발명가다. 그가 만든 발명품은 매우 간단하다.

휴대전화만 한 나무판을 손목에 대는 쇼트게임 연습용 손목 꺾임 방지 아대와 틀을 짜서 만든 어프로치 연습 기구다. 나경우 PGA 마스터 프로는 “간단해 보이고 골프 스윙의 기본 중 기본이지만 실제로 잘 되지 않는 손목 꺾임과 어프로치 임팩트 부분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이라고 추천했다.

정 대표가 발명가로 나선 이유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다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레슨을 하다 가장 연습해야 할 부분이 뭔지 알게 됐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을 위해 필요한 도구는 있어도 초보자의 기본기를 도와줄 만한 연습기구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 말했다.

쇼트게임에서 백스윙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 클럽이 손목보다 먼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칩샷 연습기구.

정 대표는 어려서부터 아이디어가 많았다고 한다. 섬유공학과에 다니던 시절 셔츠 커프스 단추에 사진을 넣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아마골퍼를 위한 전문 레슨을 한 것도, 골프 레슨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도 자신이 처음이라고 자부한다.

골프에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해마다 많은 발명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거리도 더 나가면서 공을 똑바로 가게 해준다’는 수많은 발명품도 아마추어 골퍼들의 지독한 슬라이스를 고치지 못했다. 오죽하면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골프 스윙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했을까.

그러나 정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수건을 이용한 스윙 스피드 향상기, 드라이버 연습기 등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발명품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라며 “좋은 발명품의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발명가의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특허청에서 골프 용품을 담당하는 고재범 사무관은 “특허를 받아도 실제 사업과 연결되는 것은 5%에 불과하며 수익을 내는 것은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 발명가들은 꿈이 있다. 정대훈 회장은 “내 발명품 때문에 도움을 받은 사람을 보면 말로 표현 못할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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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제원 골프팀장 newspoet@joongang.co.kr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일간스포츠 최창호 차장 chchoi@joongang.co.kr
문승진 기자 tigers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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