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가는 상류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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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을 하는 홀어머니의 귀한 막내딸 영미는 백화점을 하는 부잣집 외아들과 얼마전 결혼을 했다. 시어머니의 거센 반대로 온갖 수모와 멸시를 겪은 후 힘들게 한 결혼.

시어머니는 영미를 데리고 미술관 등을 전전하며 '교양 쌓기'에 열중하고 과외선생님으로부터 뒤늦게 영어 등을 학습시키기도 한다. 값비싼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영미는 시집 가서 늘은 것은 "내숭과 담배, 술" 뿐이라며 "난 비싼 감옥에 사는 꼭두각시야"라고 울부짖는다.

...SBS 〈파도〉

재벌집에 시집간 미남이의 시집살이도 마찬가지.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그녀를 대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 자체를 '위험'이라고 판단한 그녀의 시어머니는 아예 그녀를 집안에 '감금'시킬 정도이다.

클래식을 들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거절하지 못한 며느리는 옆에서 상상속의 테크노 리듬에 맞추어 '도리도리 춤'을 춰 시어미니를 놀래키기도 한다.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

호화저택에 사는 인하와 재숙의 삶은 상류층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교통사고를 내고도 미안하다는 말대신 "얼마면 돼?"라며 돈을 내던지고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에 초대한 후 고아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바로 쫓아내기도 한다.

...MBC 〈햇빛속으로〉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 사회 '보통사람'의 삶을 배척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폐쇄성을 더욱 견고히 다져간다는 점에서 이들 TV 속 상류층의 모습은 같은 얼굴을 보여준다.

'교양없는 집안'의 자식을 며느리로 삼아 '뼈대있는 가문'의 며느리로서의 자질을 강조하며 교육시키는 시어머니들이나 '없는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 상류층 자제나 '보통사람'이 보기엔 똑같은 모습이다.

그 어느 쪽도 달갑지 않은 상류층의 모습들... 이렇게 상류층은 우리의 삶에서 한 걸음씩 멀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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