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양, 과대평가는 사양

중앙일보

입력

"우승후보요. 그런 말씀은 농담이라도 듣기 싫습니다."

프로농구 동양의 박광호(45)감독은 '다크호스' 라는 표현조차 껄끄럽다는 태도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는 동양의 전력이 만만찮다고 평가해 왔지만 박감독은 별로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박감독은 "어떻게든 플레이오프에만 진출하면 대성공" 이라고 못박는다. 전희철이 복귀하고 루키 조우현이 가세, 전력이 향상된 팀의 감독치고는 너무 소극적인 자세다.

박감독의 태도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설득력있는 분석은 "초반부터 우승후보로 꼽혀 타깃이 되고싶지 않다는 뜻 아니냐" 는 것이다. 강호들끼리의 초반 자존심 싸움에서 슬쩍 빠져있겠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박감독의 자체 평가에 비해 구단측에서 올시즌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점을 못마땅해 한다는 분석. 구단측은 시즌 개막 전부터 "올시즌에는 해볼 만하다" 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자연 구단에는 박감독의 태도가 무기력하게 보일 수도 있다. 지난 시즌 32연패라는 치욕을 맛봤으면 올시즌 뭔가 결연한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박감독을 잘 아는 농구인들은 "말은 그렇게 해도 속에는 야심이 숨겨져 있을 것" 이라고 귀띔한다.

성균관대 재학시절부터 "수가 무궁무진하다" 는 말을 들어온 박감독이 면피에 만족할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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