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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다 빛난 천문학계의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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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구팀이 태양계를 포함하고 있는 ''우리 은하'' 형성과정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획기적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는 소식은 생활고에 찌들고정치권에 식상해 있는 보통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천문학이가시적인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정책입안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는 척박한 현실에서 우리 연구팀이 거둔 성과는 가히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세대 우주망원경연구단 이영욱교수 등 5명의 연구팀은 지구에서 우리 은하 중심쪽으로 1만5천광년 떨어진 ''오메가 센타우리'' 천체가 100억년 전 우리 은하와 충돌, 중심핵만 남은 외부 왜소은하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 은하의 형성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로, 세계 최고의 과학전문지인 영국의 ''네이처''지가 최신호에서 주요 논문으로 채택, 세계적인 천문학 권위자의 해설논문과 함께 게재했다. 지금까지 우리 은하는 우주공간 성간물질이 중력에의해 수축되면서 형성됐다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졌으나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 은하가 작은 은하들과 충돌하면서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은하 형성이론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 연구팀이 우수한 관측장비와 연구진을 갖춘 미국, 유럽, 호주 등의 천체물리학계를 제치고 이번 성과를 일궈내기까지 장비와 인력, 자금 부족 등 헤아릴수 없는 고통을 이겨낸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더욱 숙연케 만든다. 얼마전 서울대노태원교수 연구팀이 열악한 연구환경속에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을 받는 F램의 성능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핵심물질을 개발한 사실을 기억나게 한다. 이들 젊은 교수의 연이은 개가는 IMF이후 줄어든 연구개발비를늘리는 한편 기초과학을 집중 육성해야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케 한다. 천문학만 보더라도 기초과학이라고는 하지만 우주개발이나 전자산업, 국방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천문학의 연구없이는 이들 분야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에 그렇다. 천문학을 한 나라의 학문과 문화수준의 척도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과학계나 산업계가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응용과학에 치중하다보니 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꿈을 먹고사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등 기초과학이 뒷전으로 밀려나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가 새천년에 첨단과학입국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응용과학과 기초과학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연적이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사회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정부 및 민간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이루어져야 한다. 이번만해도 이 교수팀이 과학기술부의 창의적연구 진흥사업 지원으로 개발한 디지털 영상처리기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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