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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태조왕건' 촬영할 국내 최대규모 야외세트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을 출발해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충주와 수안보를 거쳐 구절양장(九折羊腸) 의 국도를 달리다 보면 시원하게 뚫린 이화령 터널을 만난다. 이곳을 빠져나와 마주치는 톨게이트에서 왼쪽으로 차를 돌리면 경북 문경새재 도립공원이 나온다.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터벅터벅 올랐던 새재(鳥嶺) 가 바로 여기다. 지금은 차량.사람 통행이 제한된 공원으로 변모했지만 새재에 남아있는 관문 3개는 역사의 풍상(風霜) 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 초입에 자리한 제1관문(주흘관) 을 조금 지나 계곡 건너편에선 현재 한국 방송사를 새로 쓰게될 역사(役事) 가 벌어지고 있다. 내년 3월 방영될 KBS 밀레니엄 기획 드라마 '태조 왕건' 의 초대형 야외세트가 세워지고 있는 것. 지난 6월에 시작해 현재 7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달 29일. 공원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 사이로 포크레인의 기계음이 요란하고 여기저기 바쁘게 손을 놀리는 인부가 눈에 띈다. 곳곳에는 각종 건축자재가 널려 있고 건설 감독의 고함 소리도 들린다.

계곡을 건너 왼쪽 아래론 초가집 47동이, 왼쪽 위쪽으로 기와집 48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붕은 이미 짚과 기와로 모두 덮여 예스런 분위기가 물씬하다. 그리고 공사의 하이라이트인 개경궁(고려와 태봉의 궁궐로 사용) 과 신라.백제궁의 기둥이 될 거대한 철제 H빔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태조 왕건' 의 문경 세트장이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규모의 야외세트로 기록되기 때문. 또한 한두 번 쓰면 버리고 마는 기존 세트와 달리 앞으로 10년 동안 KBS 사극의 중심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세트 부지만 2만여평. 조령산과 주흘산에 푹 둘러싸인 입지조건도 양호하다. 공사비도 30억원에 이른다. 단적인 예로 여러 건물에 올라갈 기와만 35만장. 목재비만도 4억원이나 된다.

문경 세트의 특징은 영구적으로 사용된다는 것. 해서 건물 자체도 간이 공법이 아닌 일반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다.

주로 합판이나 합성수지로 지은 기존 세트와 달리 목재.석재.철재 구분없이 대부분 실제 건축자재가 사용된다. 방수.방화처리는 기본이고 화재보험에도 가입했다.

할리우드 등 외국의 저명한 촬영장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관광상품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KBS가 '태조 왕건' 의 야외세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드라마로는 전혀 조명받지 못했던 고려시대를 최초로 다루기 때문. 우선 1백50부작으로 예정된 '왕건' 에서 후삼국시대부터 고려 건국을 거쳐 왕건의 죽음까지를 다루고, 이후 10년 동안 계속해서 고려사 전체를 드라마로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방송사 자체로선 '용의 눈물' 이후 주춤한 정통 사극의 화려한 부활을 기약하고, 문화적으론 외세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최초의 3국 통일을 달성한 고려인의 기개를 새 천년에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KBS는 문경 이외에도 경북 안동에 고려시대의 관아(官衙) 세트, 충북 제천의 충주호 인근에 해전(海戰) 세트도 별도로 마련해 '태조 왕건' 의 화려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각종 경비를 합해 한 편당 1억원이 넘는( '용의 눈물' 의 1.5배 수준) 제작비가 투입된다.

KBS는 오는 10일 개경궁의 대들보를 놓는 상량식을 치르고, 공사가 완료되는 25일께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밀레니엄 첫해에 과연 '왕건' 의 열기가 달아오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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