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관이 ‘팔굽혀펴기’ 체벌 내놔야 할 지경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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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시·경기도교육청 등의 학교 체벌 전면금지로 인해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체벌 관련 대책을 내놨다.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는 직접 체벌은 금지하되 팔굽혀펴기 등 간접 체벌은 허용하고, 그 방법과 절차는 단위 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한다는 게 골자다. 시·도 교육청마다 체벌 금지에 대한 입장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공동 지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과부의 직접 체벌 금지는 일단 진일보(進一步)한 조치다. 현행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직접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랑의 매’라 하더라도 학생 몸에 직접 손을 대는 행위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이제 ‘때리는 체벌’은 사라질 때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아울러 간접 체벌은 허용키로 한 것은 훈육(訓育)과 학교 질서 유지를 위해서 잘한 일이다. 체벌 전면금지로 학생과 교사가 대립하는 구도가 되면서 교권이 약화되고 교실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간접 체벌까지 금지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본다.

 문제는 체벌 전면금지를 주장해 온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교육감이 초·중·고교 학칙 인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간접 체벌을 명시한 학칙을 인가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감들은 교과부의 체벌 대책이 반영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시·도 교육청 조례의 상위법이란 점을 유념해 교과부 방침을 수용해야 옳다. 교과부는 교육감 설득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일선 학교들도 실효성 있는 간접 체벌 방안이 담긴 학칙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간접 체벌이라도 인격을 모독하거나 학생의 신체·정신적 발달단계를 무시해선 곤란하다. 교사·학부모 의견은 물론이고 학생들 의견도 반드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수단인 체벌을 둘러싼 혼란으로 학교 교육 자체가 흔들리는 본말전도(本末轉倒)의 폐해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