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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후임에 햄리 유력” … 오바마 의중은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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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12일 베이징 외곽에 있는 만리장성을 찾았다. 3박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친 게이츠 장관은 일본(13~14일)과 한국(14일)을 순방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 첫 내각 인선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국방장관이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그가 민주당 오바마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이츠가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당시의 백악관 설명이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안에 장관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이 수행 중인 2개의 전쟁이 출구를 향하고 있어 소임을 다한 만큼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존 햄리, 리언 파네타(왼쪽부터)

 미국의 외교 분야 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11일 인터넷 판을 통해 게이츠 장관의 후임으로 존 햄리(John Hamre)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린 폴리시가 장관 물망에 포함시킨 또 다른 인사들은 리언 파네타(Leon Panetta) 중앙정보국(CIA) 국장, 미셸 플러노이(Michele Flournoy) 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리처드 댄지그(Richard Danzig) 전 해군장관 등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햄리 소장은 1년여 전부터 게이츠 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며 “그가 지명될 경우 워싱턴 정가에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하마평은 햄리 등에 대한 관심을 넘어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방장관 자리는 보수적이고 안정감 있는 인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오바마의 의중이 보이는 것이다.

 햄리 소장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냈으며, 현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정책 자문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워싱턴에서 가장 유력한 싱크탱크 중 하나인 CSIS를 이끌고 있는 실력파로, 다방면에 마당발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공화당원이다. 미국의 대내외정책을 바라볼 때 보수 성향이 강하고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G2(미국과 중국) 시대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적 현안에 있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부에서 국방장관에 보수 인사가 기용된 것은 게이츠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공화당 중진이었던 윌리엄 코언(William Cohen)을 국방장관으로 활용했다.

  ◆국무부 부장관엔 캠벨 등 물망 =포린 폴리시는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국무부 부장관이 물러날 경우 커트 캠벨(Kurt Campbell)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와 웬디 셔먼(Wendy Sherman)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핵 문제 등을 군축 및 다자적 차원에서 다루는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에 톰 컨트리먼(Tom Countryman)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의 임명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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