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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카타르 아시안컵] 로봇 22호 파워 무시무시하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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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차두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 넣는 ‘분위기 메이커’다. 14일 오후 10시15분(한국시간) 열리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그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가 승리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지난 10일 대표팀 훈련 중 밝은 표정으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차두리. [도하 로이터=연합뉴스]

차두리(31·셀틱)의 트레이드 마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파워다. 그래서 별명도 ‘로봇 22호(등번호 22번)’와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다.

 그런 차두리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뒤 첫 훈련에 불참했다. 운동화를 신고 나온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조광래 대표팀 감독에게 몸 상태를 설명한 뒤 혼자 숙소로 향했다. 오른 허벅지 근육에 통증이 있었다. 차두리의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에 조 감독은 깜짝 놀랐다. 그를 오른쪽 수비수로 활용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지난 4일 알자지라와의 친선전에서 후반 45분을 뛰며 ‘업그레이드 차미네이터’의 성능을 테스트한 차두리는 11일 열린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남아공 월드컵 때보다 한층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청용(23·볼턴)과 호흡을 맞춘 오른쪽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비웃듯 차두리는 공간을 파고드는 이청용에게 자로 잰 듯한 땅볼 패스를 찔러줬다. 차두리의 칼날 패스 덕분에 이청용은 상대 골문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볼을 잡을 수 있었다. 한국 공격이 유연하게 흐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슈팅은 무시무시했다. 후반 7분 차두리는 상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깜짝 놀란 바레인의 만수르 골키퍼가 쳐낸 볼을 구자철(21·제주)이 잽싸게 밀어넣었다. 구자철이 “두리 형 슈팅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슈팅이었다. 수비는 말할 것이 없었다. ‘로봇 22호’의 파워와 스피드 앞에 2007년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던 압둘라티프(바레인)는 슈팅 한 번 못해보고 물러났다.

 14일 벌어지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차두리는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감독은 바레인과 경기를 마친 뒤 “차두리가 오른쪽 공간을 잘 활용했다. 호주전에서도 차두리의 오른쪽 공격을 적극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격뿐만이 아니다. 호주는 공격진이 유럽의 힘과 높이를 갖춘 팀이다. 우리 수비진이 힘에서 밀리면 분위기를 내주게 된다. 조광래팀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차두리가 수비라인에도 꼭 필요한 경기다. 차두리는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조 1위는 물론 우승을 다툴 팀인 만큼 첫 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호주와 경기에서 차두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풀에서 뛰고 있는 데이비드 카르니(28)를 집중 공략하게 된다.

 그라운드에서는 ‘로봇’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밖에서는 따뜻한 맏형이다. 차두리는 어느새 이영표(34·알힐랄)·김용대(32·서울)·이정수(31·알사드)에 이어 대표팀의 ‘넘버4’가 됐다. 그는 막내 손흥민(19·함부르크)의 사인을 받으려는 교민에게 “미리 코팅해 두세요. 2년 뒤에는 대박 날 겁니다”라고 말하며 후배의 기를 살려줬다. 지동원(20·전남)·윤빛가람(21·경남) 등에게는 “내가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생각난다. 너희들의 기술은 지금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 직전 “나의 축구선수 시간도 끝날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아시안컵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아시안컵인 만큼 반드시 우승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도하=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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