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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이르면 오늘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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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귀가하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지명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청와대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한나라당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간 논란 사이에 끼인 정 후보자는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일단 입장 표명을 미뤘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이르면 내일(11일)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4년차 1월 10일 대통령의 인사권이 관련된 문제를 놓고 여당이 집단으로 ‘거사(擧事)’하고, 청와대가 이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당·청 충돌의 후유증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안상수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의 이름으로 정 후보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지난 주말 국민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고, 최고위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이 같은 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공식 전달했다.

 정 후보자는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아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진 데다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청와대는 오후에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관계 수석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런 뒤 홍상표 홍보수석은 “여당도 얼마든지 의견은 표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절차와 방식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오전 한나라당의 결정사항을 보고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오후 늦게 서울 통의동 사무실을 나서며 “(19~20일) 청문회까지 거취 결정을 안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까지 멀리 나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 실정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 데다 사퇴 여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 있어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당장 사퇴 여부를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남궁욱·백일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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