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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손흥민·유병수 ‘불러만 주오’ … 조광래의 조커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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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투입된 선수가 결승골을 넣는 것만큼 짜릿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래서 감독들의 선수 교체는 승리를 위한 ‘전술’에 그치지 않고 감동과 환희를 주는 ‘미학’으로까지 불린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우승 여부도 스타팅 멤버보다는 조커와 벤치 요원을 언제 어떻게 투입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장면 1=2002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의 조별리그 2차전. 0-1로 뒤지던 후반 33분 안정환의 헤딩골로 한국은 1-1로 비겼다. 후반 11분 안정환을 교체투입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작전이 맞아떨어졌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해 준결승까지 내달렸다.

 #장면 2=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에 1-2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42분 박지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찬스에서 회심의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발에 제대로 맞지 않은 볼은 골대 옆으로 굴러가고 말았다. 이동국은 0-1로 뒤지던 후반 16분 허정무 감독이 던진 회심의 교체카드였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벤치가 강해야 진정한 강팀이다. 주요 메이저대회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의 과제도 벤치 전력 증강이다.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진 지금,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다양한 교체작전을 통해 약점 메우기 해법을 찾고 있다. 대표팀 벤치에는 손흥민(19·함부르크)과 유병수(23·인천)가 출격을 준비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손흥민은 적극성이 대단하다. K-리그 득점왕 유병수는 ‘원샷 원킬’의 결정력이 기대된다.

 ◆히딩크의 마법=히딩크 감독은 교체 용병술의 대가로 불린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이끈 그는 조별리그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용병술의 진수를 선보였다. 호주는 0-1로 뒤지던 후반 막판 2골을 넣은 팀 케이힐과 쐐기골을 넣은 존 알로이시의 활약으로 3-1로 승리했다. 둘 모두 후반에 투입된 교체요원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던 유로2008 8강전. 러시아는 우승후보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7분 드미트리 토르빈스키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3-1로 승리했다. 토르빈스키는 대표 선발 자체가 깜짝 뉴스일 만큼 가려진 선수였다. 히딩크 감독의 변칙 용병술이 다시 한 번 빛난 순간이었다.

 ◆K-리그 최강 벤치는=지난 시즌 K-리그에서 교체 선수가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팀은 제주와 전북(이상 11골)이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벤치에 누가 앉아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준비된 선수인가도 중요하다. 벤치 멤버의 동기부여가 용병술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2002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였던 정해성 전남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과의 심리전에 능했다. 예상할 수 없는 선발 라인업을 짰기 때문에 선수들이 항상 긴장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교체 작전으로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제주다. 교체선수가 득점이나 도움을 기록해 이긴 경기가 여덟 번이었다. 질 뻔했던 경기도 두 번 비겼다. 2009 시즌 14위였던 제주가 지난 시즌 2위로 올라선 비결이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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