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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활동의 모범…KBS 〈일요스페셜〉 '영혼의 여행…'

중앙일보

입력

요즘 방송가에 VJ가 인기다.
여기서 VJ는 비디오 자키가 아닌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약자. 흔히 소형 카메라를 들고 사회 구석구석을 탐사하는 '다큐 사냥꾼'을 지칭한다. 그들은 혼자 활동하는 기동성을 살려 TV의 틈새를 파고든다.

지난달 31일 KBS1 〈일요스페셜〉 (밤8시)에서 방영된 '영혼의 여행-티베트.라체에서의 1년'은 이런 VJ의 가능성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제작자는 중국의 여류 다큐멘터리스트인 지링(季玲. 가명). 한국. 일본. 중국 등의 VJ들이 결성한 아시아 프레스(본부 일본)의 일원이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티베트의 평범한 대가족의 일상. 티베트 역(歷)으로 1월부터 시작해 한 평범한 대가족의 1년을 있는 그대로 포착했다.

정월 초하루 농부의 장녀가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께 죽을 끓여 올리는 장면에서 시작해 이듬해 티베트 할머니들이 산에 올라가 밀가루를 태우며 한해의 액운(厄運)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프로그램은 일면 단순해 보인다. 자극적 화면에 익숙한 시청자에겐 단조롭게 느껴질 정도로 연출의 '잔재주'가 끼여들지 않는다.

말 그대로 티베트인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파종. 추수. 출산. 기도 등 계절의 순환에 맞춰 살아가는 인간의 전형을 그려 산업문명에 찌든 우리에게 삶의 시원(始原)을 돌아보게 한다.

아름다운 영상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척박해 보이는 대지, 붉게 물든 저녁놀, 넓은 들녘에서 땀흘리는 농부, 파랗다 못해 시퍼런 하늘빛, 더욱이 때가 덕지덕지 붙은 의복, 어려운 조건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가족 등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살렸다.

반면 화면이 거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 섬세하고 유려한 맛이 부족하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이마저 수긍이 간다. 장비가 여의치 못해 VJ들이 주로 사용하는 6㎜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가정용 홈 비디오 카메라(HI-8㎜)로 찍었다.

장비의 열세를 현지 주민과 1년 동안 동고동락하는 끈기로 극복한 것.

또한 장황한 내레이션이나 음악을 덧붙이지 않고 카메라에 잡힌 화면 자체를 통해 현지인의 실상을 이해하게 하는 부분도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다큐멘터리의 설득력은 강요하는 설명보다 화면 그 자체에 달려있는 것. 물론 1년여의 충분한 취재 기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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