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선 안보리, 후 남북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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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제재한 뒤 남북대화를 비롯한 대북 대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7일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7일 “정부는 일단 안보리의 동향을 보지 않고는 (대북 대화로) 나아가기가 어렵다”며 ‘선(先) 안보리 후(後) 대북 대화’ 방침을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UEP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인 만큼 국제사회가 반드시 제재해야 할 사안”이라며 “안보리 조치로 연평도 포격에 따른 국내의 반북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해야 대북 대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안보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할 경우 그들의 ‘무조건 대남 대화’ 제안은 진정성 없는 국면 전환용 술수에 불과한 것임이 입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일본도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서울에 이어 베이징을 찾은 보즈워스 대표가 중국에 안보리 조치에 협력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미국의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원심 분리기 2000개가 설치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대북규탄 의장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온적 반응을 보인 데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논의를 중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의 결정에 따라 안보리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대북 제재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며 “조치의 수위는 지난해 11월처럼 대북 규탄 의장성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미가 결의보다 수위가 낮은 의장성명을 추진하는 배경은 중국이 “북한도 평화적 핵이용권이 있다”며 소극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큰 점과 북한의 반발 강도를 누그려뜨려 향후 대북 대화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러시아도 북한의 UEP에 대해선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입장인 만큼 중국도 결국엔 의장성명 채택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월 중 안보리에서 대북규탄 성명이 채택되고,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면 이르면 2월부터 남북대화를 비롯해 북·미, 북·일 간 등 여러 대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의장성명=국제규범을 위반한 국가나 조직에 대해 안보리가 취하는 제재 조치는 제재 결의, 규탄 결의와 의장성명이 있다. 결의는 모든 회원국에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반면 의장성명은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 이사국 15개국이 모두 합의해야만 채택돼 영향력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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