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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탄생 200돌 축하 무대, 쟁쟁한 넷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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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백건우, 이대욱, 손열음, 한가야(위쪽부터)

지난해는 서정적이었고, 올해는 격정적이다. 작곡가 슈만·쇼팽은 지난해에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아름다운 선율과 낭만적 정서가 가득했던 한 해였다.

2011년은 프란츠 리스트(1811~86)의 해다. 탄생 200주년을 맞은 이 작곡가는 기교·화려함·속도 등의 단어로 표현된다. 19세기 최고의 피아니트스이자 ‘비르투오소(virtouoso·기교파 연주자)’의 첫 주인이었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들이 분주하다. 쟁쟁한 연주자 넷이 ‘리스트 맞이’ 시동을 걸고 있다.

 ◆작곡가 분석의 전문가=지난해 세 번의 국내 협연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65)씨는 동일한 앙코르를 두 번 들려줬다. 리스트의 ‘잊혀진 왈츠’ 1번. 이는 마치 올해의 복선(伏線) 같은 것이었다. 올 6월 그는 리스트의 작품만으로 두 번의 무대를 꾸민다. 리스트는 평생 1000여 곡을 남겼고, 그 중 대부분이 피아노 작품이다. 백씨는 아직 연주 곡목을 결정하지 않았다.

백씨는 공연마다 한 작곡가에 집중, 하나의 연대기를 쓰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1970년대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6주간 여섯 번, 리스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 리스트의 어떤 작품으로 작업을 완성할지 관심사다. 6월 19,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베토벤과 리스트=리스트의 피아노 공연은 ‘쇼’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가락이 빨랐고, 체격도 좋았다. 건반 위에서 거칠 것이 없었다. 타고난 쇼맨십 덕에 유럽 전역에 팬클럽을 거느렸던 스타였다. 피아니스트 이대욱(64)씨는 이러한 리스트에게서 엄격한 독일 음악의 뿌리를 발견한다.

 베토벤(1770~1827)은 리스트가 ‘음악적 대부’로 삼았던 작곡가다. 교향곡 전곡(9곡)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해, 건반 위 제2의 베토벤을 꿈꾸기도 했다. 베토벤의 무거움과 리스트의 화려함 사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씨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원’과 리스트의 ‘순례의 해’ 1권을 동시 연주하며 자연에 대한 둘의 시각을 비교하는 세 번의 무대를 연다. 기교파 연주자로 시작해 말년엔 종교로 귀의한 리스트의 ‘무게’를 보여줄 시리즈다.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서울 금호아트홀.

 ◆낭만적 리스트=리스트는 기악 음악에 ‘제목’을 붙인 창시자다. 기존의 작곡가들이 작곡 후 출판 과정에서 제목을 붙였다면 리스트는 아예 제목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썼다. 이 ‘표제음악’은 음악의 추상성과 구체성, 역할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하나뿐인 피아노 소나타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수많은 음악적 주제가 30여분 동안 자유롭게 흘러가게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낭만주의의 대가인 선배, 슈만(1810~56)에게 헌정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5)씨는 리스트의 소나타와 슈만의 판타지를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10월 27일, 11월 24일, 12월 29일 서울 금호아트홀.

 ◆세계적 축제=리스트는 헝가리 태생이다. 하지만 음악가로서 활동의 근거지는 주로 독일 튀링겐주 바이마르(Weimar)였다. 여기에서 2~12월 리스트 축제가 열린다. 2008년 피아노 연주에서 은퇴한 알프레드 브렌델(80)이 핵심 멤버다. 은퇴 이후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면서, 음악학자로 더 주목 받고 있다. 그는 바이마르에서 리스트에 대한 강의, 음악회 해설 등을 여러 차례 예고하고 있다.

 이 축제에 재독 피아니스트 한가야(53)씨가 참여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로 옮겨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다. 한씨는 20~21세기 현대음악에 주력했다. 이번에도 리스트와 현대 음악을 엮어 연주한다. 10월 23일 독일 바이마르 푸르스텐하우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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