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후 구조조정 `태풍'불 듯

중앙일보

입력

대우 주요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확정과동시에 각 계열사에는 채권단 주도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재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계획을 짜고 있는 전담은행들은 전체채권단회의에 앞서 비공식적으로 각 계열사들과 향후 구조조정방안에대한 협의를 진행중이며 일부 계열사에는 인원감축과 사업부문 분리매각, 조직개편,기존 경영진 교체 등의 원칙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대출금의 출자전환, 이자감면 등의 조치가 따르는데 따라 이에 상응하는 책임규명과 문책, 고강도의 자구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워크아웃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우 스스로가 추진해온 구조조정 노력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며 채권단과 각계열사 노조간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극단적인 쟁의행위는 자제한다'는 선언적 원칙을 담은 동의서를 받는 문제로 벌써부터 알력이 일고 있는 상태다.

대우전자의 경우 현재의 종업원 8천여명 가운데 1천2백여명을 추가 감축하고 핵심 가전사업 이외의 부문은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채권단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전자는 삼성과의 빅딜파문 이후 올해에만 6백여명이 퇴직하고 경영진 교체와 임원의 절반가량이 퇴진한 점을 들어 감축규모를 절반수준으로 낮추는 대안을 제시,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조선, 기계, 잔존회사 등 3개 부문으로 분리한다는 구조조정의 윤곽을 밝힌 바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상당수의 인원감축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사는 철도차량과 항공 부문의 통합구조조정으로 이미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고 지난해부터 대폭적인 분사를 추진, 지난해말 1만8천명의 인원이 현재 1만5천명으로 줄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는 워크아웃 계획에서 건설 및 무역부문이 분리되고 부채만 전담해 청산절차를 밟게 될 `관리회사' 설립 방안이 하나의 구조조정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그에 따라 인력감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역 부문의 경우 3년 이상 해외 주재 경험을 갖고 있는 실무 직원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매출이 이뤄지는 만큼 섣불리 인력감축을 추진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자동차는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전체 관리직 인원의 20% 정도인 1천6백여명이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원감축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워크아웃 이후 제로베이스에서 출발,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각 계열사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기존 경영진 퇴진 문제에 대해 대우전자는 최근 사장이 교체됐다는 점을,대우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상의 연속성 등을 들어 경영진 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과거 부실경영에 대한 `도덕적 해이'문제가 제기되는데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교체불가피론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기존경영진은 부실을 초래한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하려 할 경우 오히려 워크아웃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경영진의 상당규모가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 관계자는 "이미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다른 기업의 사례로 볼 때 회사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심사업 및 조직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매각.축소하는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우 내부에는 `피와 눈물' 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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