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 폭 확대할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금융감독 당국이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 폭을 애초 예상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이 금융개혁법안에 카드사의 수수료를 낮추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수수료율 인하 폭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동향을 감안할 때 현재 생각했던 것보다 수수료율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카드 업계는 12월 말까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낮출 예정이었지만,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올해 초로 일정을 미뤘다. 카드사들이 당초 논의하던 인하 폭은 0.2~0.24%포인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1.85%다.

 유럽 주요 국가의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0.15~0.95% 수준으로 한국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미국도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평균 1.3%인 직불카드 수수료율을 0.3%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체될 부담이 없고 자금조달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 수수료율(2.08%)과 큰 차이가 없다. 카드업계에선 외국 수수료율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해외 카드사의 경우 수수료율은 낮지만 대신 다른 명목으로 가맹점과 소비자들에게 떼는 비용이 있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김인성 실장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확 낮추면 카드사들이 제공하던 부가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며 “단계적인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싸고는 카드사 간에도 입장 차이가 나타난다. 현대·삼성·롯데카드 등 전업 카드사는 은행에 계좌이체 수수료를 0.3~0.5%씩 지급하고 있지만, 은행계 카드사는 자체 계좌를 이용해 이런 비용이 생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업계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크게 내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체크카드 발급 실적의 95%는 신한카드·농협·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은행과 금융지주사 계열 카드사가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수수료율 인하 대상 중소가맹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조만간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현재 연매출 9600만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하해주고 있지만, 매출 기준을 1억2000만~1억5000만원으로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