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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료에 거품 뺄 여지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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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주
홍익대 교수·보험학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은 그동안의 개선안들에 비해 여러모로 상당히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목에 붙은 ‘공정사회를 향한’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자동차보험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집단들이 각자 해야 할 몫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불거질 때마다 보험업계의 자구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료에 거품이 있고, 그 거품은 보험업계 책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볼 때 자동차 보험료 가운데 보험업계의 자구 노력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사업비다. 나머지 70%는 보험가입자의 사고율, 사고에 따른 손해액을 구성하는 진료비와 수리비 등에 의해 결정된다. 사업비에 거품이 있을 수 있듯이, 사고율과 진료비·수리비 등도 노력 여하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들도 다르다.

 그간의 자동차보험 개선안들은 일부 집단을 대상으로 부분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효과나 설득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에 비해 이번 개선안은 관련된 모든 집단을 대상으로 다 함께 협력해서 낭비 요인을 제거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불필요한 사업비를 규제하고 사고위험도가 높은 가입자, 보험사기 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과다 혹은 허위 청구되는 진료비와 수리비를 법적·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가시적인 보험료 인상 억제효과를 얻는 한편 당사자들이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은 실행 가능성이다. 개선안에서 제시된 방안들은 대부분 여러 차례 거론돼 왔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행되지 못했던 주된 원인은 집단 간의 이해 갈등, 그에 따른 관계 부처 간의 의견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선안은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국토해양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합의하에 발표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부처 국장급으로 구성되는 자동차보험 상설협의회를 설치해 제도 개선에 관해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다만 진료수가 체계 개선, 진료비 심사 전문기관 위탁,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처럼 보험료 거품 제거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넘어간 것은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부처 간 상시협의체계가 마련된 만큼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믿는다. 차제에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손해율 악화, 보험료 인상 시도, 소비자 반발, 영업적자 누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 바란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보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