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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도로 건너는 도시 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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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건모
아주대 교수·환경공학

우리나라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으나 경기도 분당에는 공원이 매우 부족하다. 땅값이 금싸라기보다 비싼데 공원에 내어줄 겨를이 어디 있겠느냐는 근시안적 개발 만능주의가 도시의 공원 부족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당의 경우는 공원 면적을 늘릴 수 있는 길이 있다. 탄천 양안의 고수부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구간에 운동시설이 있고, 꽃밭이나 잔디밭이 만들어져 있으나 너무 흩어져 있어 공원이라는 짜임새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탄천 고수부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탄천 변에 위치한 4 차선 도로를 건너야 한다. 문제는 이 도로가 준 간선도로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주거 전용지역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고, 따라서 교통량 또한 거주민들의 차량 소통 정도가 합당할 것이다. 특히 분당 서울대병원이 위치한 탄천 변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씩 있으며, 이들 외에는 모두 주거용 건물뿐이지만 교통량은 무척 많다. 분당구청에 따라면 이곳을 지나는 4 차선 도로는 준 간선도로로서 교통 소통에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주거 전용지역에 왜 준 간선도로가 존재해야 하는가다.

 이 도로에서 발생되는 심각한 문제는 중·고교 앞에 있는 신호등을 등교 시간대에도 무시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의 등하교 때와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들의 도로 횡단 시에는 불안하기만 하다. 이 도로와 인접한 곳에 6 차선 도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이 탄천 변 4 차선 도로를 선호한다. 이는 6 차선 도로와 달리 4 차선 도로는 과속 방지턱이나 카메라가 없어 신호나 속도 위반에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호 위반 및 과속 차량들이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를 해당 관공서에 지난 2 년여 동안 여러 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신호위반 집중단속’이라는 자그마한 표지가 걸려 있는 것과 가끔씩 순찰차가 왔다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개선된 것이 없다.

 해결책은 분명히 있다. 탄천 변 도로는 주거 전용지역을 통과하는 도로이므로 규정 속도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 중·고교 앞 횡단보도 앞뒤로 과속 방지 턱을 설치하자. 과속 감시 카메라도 신설해야 할 것이다. 개선 건의를 여러 번 해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는 현상은 단지 분당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차제에 분당구청과 경찰서 등 관계 부서는 주민 건의를 경청한 뒤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주거 전용지역을 지나는 도로가 준 간선도로의 역할을 해서야 되겠는가.

※ 본 난은 16개 시·도의 오피니언 리더 50명이 참여하는 중앙일보의 ‘전국 열린광장’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전국 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올릴 수 있습니다.

이건모 아주대 교수·환경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