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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3시간 … 천제단에 서면 희망이 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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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터널을 이룬 태백산 등산로. 태백산은 가장 인기 있는 해돋이 산행지로 꼽힌다. [중앙포토

새해 첫날 해돋이 산행은 누구나 한번쯤 바라는 길이다. 특히 지리산·한라산·태백산 등 영산(靈山)으로 치는 산은 더욱더 그렇다. 그중 태백산(1566m)은 신년 해돋이 산행으로 가장 인기 있는 산일 것이다. 한라산(1950m)·지리산(1917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족의 영산’이라는 점 때문에 새해 첫날이 되면 등산로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겨울철이면 내린 눈이 좀체 녹지 않아 푹신한 눈길을 이루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그래서 매년 12월 31일 늦은 오후 서울 청량리행 태백행 열차가 일찌감치 마감되기 일쑤다. 올해도 이미 보름 전에 매진됐다고 한다.

태백산 눈꽃산행 중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유일사에서 시작해 태백산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이나 백단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특히 새해 첫날이나 태백산 눈축제가 있는 날 새벽, 유일사에서 태백산으로 오르는 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헤드랜턴 불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번잡한 산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서도 이 길을 찾게 되는 이유다.

산행 들머리를 화방재(950m)로 잡으면 번잡함을 조금 덜 수 있다. 31번국도상에 있는 화방재는 태백산 유일사매표소에서 차로 5분 쯤 더 가야 한다. 꽃방석이라는 뜻의 화방재는 태백산과 함백산(1573m)을 가르는 경계, 백두대간 길이다. 북쪽으로는 만항재 너머 우뚝 솟은 함백산이 자리하고 있고, 시선을 남쪽으로 향하면 포근한 태백산이 자리하고 있다.

화방재에서 산령각·사길치를 넘어서면 유일사 삼거리. 유일사에서 올라온 산행객들과 만나는 지점이다. 유일사에서 주목군락지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30분 걸리지만, 산행객이 많아 정체되기 시작하면 2시간도 족히 걸린다.

주목 군락지 부근에 올라서면 장관이 펼쳐진다. 눈 쌓인 함백산 정상이 눈앞에 있고, 매봉산·두타산·청옥산·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어 있다. 금대봉에서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산줄기를 잇댄 낙동정맥의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라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은 한 점도 없다.

태백산에서 바라본 해돋이. 굽이 굽이 산 능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중앙포토]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 700m 능선은 살을 에일 듯한 칼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방한복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고 난 뒤 출발해야 한다. 천제단 내부는 삼배를 올리는 이들로 항시 번잡하다.

백두대간 능선은 여기서부터 남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천제단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부소봉(1546m). 단군의 아들인 부소왕의 이름이다. 대간의 주능선은 부소봉에서 오른편으로 깃대배기봉·신성봉·구룡산으로 이어진다. 맑은 날은 멀리 희끗한 머리를 얹은 소백산 정상까지 조망할 수 있다. 천제단과 부소봉의 중간, 갈림길에서 태백시 방향으로 내려서면 망경사다.

화방재에서 장군봉을 거쳐 망경사·백단사로 하산하는 여정은 3~4시간 걸린다.

김영주 기자

가는 길=31일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태백행 열차는 이미 마감됐다. 새해 첫날 해돋이 산행을 원한다면 차로 갈 수밖에 없다. 확장된 38번 국도를 타고 하이원리조트를 거쳐 태백시까지는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태백산 등산로 입구는 겨우내 번잡하다. 차를 시내에 놓고 택시를 타는 게 낫다. 시내에서 화방재까지 택시 요금은 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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