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국인 초밥요리사 인증제 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이 ‘와쇼쿠(和食·일식)’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스시(壽司·초밥)의 표준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초밥의 제조 과정과 맛을 표준화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초밥 지식에 관한 인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초밥집의 인증 여부가 구분되면서 초밥은 한층 더 일본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초밥식당 모임인 전국초밥상인 동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초밥조합)는 내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초밥지식 해외인증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고 지지(時事)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전국초밥조합은 우선 내년 1월 26~27일 싱가포르에서 첫 강습회를 연다. 강사로는 ‘스시 쇼쿠닝(職人)’으로 불리는 초밥 전문가들이 나서 직접 시연을 한다. 이들은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 등에서 40년 넘게 초밥을 말아온 1급 요리사들로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나 생선에 적합한 조리법 등 초밥 말이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수강생들에게 전수하게 된다.

 해외 강습회는 2월 이후에도 런던·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다. 야마가타 다다시(山縣正) 전국초밥조합 회장은 “강습회에서 초밥에 대한 충분한 기초지식을 가르치겠다”며 “인증서를 받은 초밥식당은 고객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초밥 요리사 인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안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07년 4월부터 해외에 ‘스시 감찰반(sushi police)’을 파견해 진품 인증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초밥식당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맛이 제각각이어서 초밥의 본고장인 일본이 감독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해 2006년 프랑스에서 시험 삼아 스시 감찰반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파리 지부가 “진정한 일본 초밥의 맛을 알아야 한다”며 비밀리에 파리 시내 초밥집에 초밥 전문가들을 보낸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이 운영하는 초밥식당에서 일본산 재료를 쓰고 있는지, 음식을 담는 스타일이나 서비스가 일본식에 가까운지 등을 점검했다. 평가 결과 대부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스시 감찰반의 도입이 거의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음식 국수주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당시 정부 예산까지 반영됐던 스시 감찰반 제도는 좌초됐다.

 이런 곡절 때문에 이번에는 일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일본 전국의 1만여 초밥 요리사가 가입한 전국초밥조합이 앞장섰다. 맛보다 위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다른 점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만든 초밥은 비위생적일 수 있다며 전문가들이 인증한 초밥을 먹어야 안전하다는 논리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