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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 패션만 찾는데 뚱보 옷 팔면 어떨까 … 역발상으로 대박 난 1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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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육육걸즈’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한 달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10대 CEO 박예나양. 박양의 꿈은 글로벌 의류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장대석 기자]


날씬하고 예쁜 모델.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의 꿈이다. 그래서 옷도 날씬한 몸매에 맞는 게 주류다. 돈도 패션도 거기에 있다고 모두 생각한다. 그러나 박예나(18·전북여고 3)양은 이런 생각을 했다. “통통하고 뚱뚱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은 어떡하라고….” 일종의 역발상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육육걸즈’라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올해 전주대에 합격한 그는 10대 CEO다. 나이키·게스 등 유명 브랜드가 붙은 중고의류를 사다 세탁, 손질한 뒤 2만~3만원에 판매한다. 주 고객은 10대 중·고교 학생들이다.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수십 개의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파워 1위 사이트’다. 한 달 매출이 평균 3000만원에 이르며, 정식 회원만 2만8000명이나 된다.

 “돈을 벌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재미로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운 좋게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아요.” 박 사장의 겸손한 말이다.

 그는 중학교 다닐 때부터 미술·패션 등에 관심이 많았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든 것은 3년 전. 고입 연합고사를 치른 뒤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역발상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저처럼 몸집 있는 청소년들이 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들을 위한 쇼핑몰을 만들면 날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저질렀죠.”

 창업을 위해 처음 투자한 돈은 단돈 10만원. 엄마·아빠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돕고 번 돈이었다. 이 돈을 들고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제품 구경하고 시장 조사할 목적으로 새벽 차를 타고 상경했다. 하지만 만만찮은 옷값과 학생이라고 상대조차 안 해주는 상인들의 콧대에 기가 꺾여 얘기도 못 꺼내고 집으로 내려왔다.

대신 자신이 입던 옷 20여 점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웹 사이트 제작이나 쇼핑몰 운영하는 법은 인터넷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배웠다. 어려움이 생길 때면 쇼핑몰 운영자들의 모임 카페를 들어가 한 수 지도를 청했다. 첫 달의 매출은 4만원, 이후 서너 달은 20만~30만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10대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 들어가 꾸준히 홍보를 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여름 제품을 1만원에 판매하는 ‘깜짝 세일’ 이벤트를 하면서 대박이 터지기 시작했다. 하루 30~40건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1년이 지나면서 매출이 1000만원, 2000만원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중순부터는 3000만원대로 올라섰다.

 박양을 포함해 현재 직원은 5명. 모두가 가족이다. 사장인 그녀는 물건 구입, 모델 캐스팅, 코디 등을 책임진다. 일주일에 3~4번은 직접 사진 촬영하고 제품 업데이트 작업 등을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하루 5시간 이상 눈을 붙이지 못할 정도다.

 처음에는 “경험 삼아 하는 것이니 몇 번 저러다 말겠지”라고 장난처럼 생각했던 부모도 사업이 커지면서 2년 전 식당을 접고 합류했다. 아빠는 거래처 관리, 엄마는 세탁과 손질 등을 맡는다. 언니는 의상 촬영과 포토샵 관리, 전화 담당이며 이모는 배송 책임을 지고 있다. 박양은 “10대의 눈높이로 중·고생들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잘 골라 판매한 것이 사업 성공의 비결이 된 것 같다”며 “고객들이 ‘옷 예쁘다’ ‘코디가 잘 됐다’ 등 반응을 보일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중고품을 가져다 파는 사기꾼 아니냐”는 턱없는 오해를 받아 펑펑 운 적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꿈은 세계를 상대로 한 글로벌 의류 사업가. “대학에서 패션산업을 전공하고 중국어·영어를 익혀 유니클로나 자라(ZARA) 못잖은 브랜드를 키워 내겠다”는 당찬 꿈을 내보였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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