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박주영 기도 세리머니 계속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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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스타 박주영(25·모나코·사진)의 상심이 크다. 부상으로 내년 1월 아시안컵(카타르) 출전이 좌절된 탓인지 전화는 27일 내내 불통이었다. 그것도 골 세리머니를 하다 입은 부상이라 심경이 더 복잡한 듯했다.

 박주영의 에이전트인 이동엽 텐플러스 대표는 “골 세리머니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세리머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박)주영이는 신앙심이 깊다. 지금까지 봐온 주영이의 모습을 봤을 때 골 세리머니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주위의 얘기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주영은 요즘 극도로 피로한 상태다. “(19일) 파리 생제르맹 전 때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박주영은 올 시즌 18경기(컵대회 포함)에 나섰다. 그 사이 한국에서 열린 세 차례 A매치에 모두 출전했다. 그리고 11월 구단의 반대를 설득하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했다. 11월 10일부터 보름 사이에 여섯 경기에 나섰다. 이어 소속팀 복귀 후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서 부상을 당하던 23일 소쇼 전까지 다섯 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이 대표는 “이로 인해 주영이의 체력과 무릎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무릎을 꿇고 잔디에 미끌어지는 골 세리머니는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이 즐기는 행동이다.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유나이티드병원 원장)씨는 “잔디에 무릎을 대고 미끌어지는 세리머니가 위험할 수 있지만 무릎을 꿇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니다. 동료와 기뻐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주영은 27일 ‘잠수 상태’였다. 에이전트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영이가 무척 속상해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친해진 후배들과 아시안컵에서 뛰게 돼 기대감이 컸다”고 전했다. 박주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 4위전에서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소중한 깨우침을 준 후배들이 고맙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할 정도로 후배들과 우정을 쌓았다. 아시안컵 대표팀에는 구자철(제주)·김보경(세레소 오사카)·윤빛가람(경남)·지동원(전남) 등 광저우 멤버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박주영은 에이전트를 통해 “조광래 감독님이 아시안컵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는데 내가 출전할 수 없어 죄송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박)지성이 형을 중심으로 잘 뭉쳐 있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며 선전을 기원했다. 박주영은 내년 1월 1일 모나코로 떠나 소속팀에서 재활을 시작한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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