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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홍어, 올들어 롤러코스터 가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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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안군수협 흑산지점 공판장에서 직원들이 위판된 홍어에 바코드를 붙이고 있다. [중앙DB]


“홍에는 쫀득쫀득 허니 징 허게 차진 맛이 나는 지금이 제철이랑께.”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20년 넘게 홍어를 잡아 온 이상수(47) 18t급 한성호 선장은 평소 30∼40마리씩 걸리던 홍어가 며칠 전에는 150마리나 잡혔다며 좋아했다. 그는 “평균 경매 가격이 40만∼45만원을 유지해야 하는데 생산량이 늘면서 조금 떨어졌다”고 말했다.

 흑산도에 홍어가 돌아왔다. 흑산도·홍도 일대 심해에서 잡히는 흑산 홍어는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잘 씹힌다. 썰어 놓으면 발그레한 빛이 돈다. 한류성 어종이어서 찬 바람이 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이다. 신선한 회로도 먹지만, 삭혀 먹을 땐 코 끝을 톡 쏘는 특유의 맛을 낸다.

 ‘홍어 풍년’으로 가격은 하락했다. 신안군수협 흑산지점 공판장에서 ‘암치 1번’은 37만∼38만원(시중가는 4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암치 1번이란 8㎏ 이상 나가는 암 홍어를 말한다. 최상품으로 흑산 홍어 시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16t급 영진호의 심동율(54) 선장은 “추석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홍어 가격은 올해 유난히 등락 폭이 컸다. 3∼4월 30만원 대에서 시작해 추석을 전후해 75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중순엔 60만원 대까지 떨어졌지만, 예년 같은 시기에 비해 40% 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홍어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데 대해 어민들은 “홍어 물량 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흑산 홍어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홍어 물량이 달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TAC(총허용어획량) 제도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영향이 크다. 흑산 홍어는 TAC 제한을 받는 수산물이다. 모두 7척인 흑산 홍어잡이 어선이 올해 잡을 수 있는 양은 지난해와 같은 160t이었다. 이를 지난달까지 이미 다 잡았다. 겨울 성수기 때 잡을 양을 고려하지 않아 홍어 값 폭등의 원인이 됐다.

신안군수협은 뒤늦게 추가로 20.5t을 배정받았다. 수협 흑산지점 박선순 경매담당은 “TAC 배정량이 총 180.5t으로 늘면서 여유가 생겼다. 올해 말까지는 생산량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도 가격을 들쭉날쭉하게 만들었다. 한 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까지 떼를 지어 와 조업하고 있다. 이들은 홍어잡이 어선이 설치해 놓은 주낚과 통발·그물 등을 망치는 일도 다반사다. 홍어를 포함해 서남해안 일대 어종의 씨를 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상수 선장은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는 곳에 홍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홍어 값이 치솟았다”며 “최근엔 흑산도 인근 해역에 어장이 형성돼 생산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생산이력시스템 도입=신안군에서 흑산 홍어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37억∼43억원이다. 신안군은 홍어를 대표 특산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이력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0월부터 흑산도에서 경매되는 모든 홍어에 바코드를 붙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사 먹게 하기 위해서다. 바코드 번호를 신안군 인터넷 홈페이지(www.shinan.go.kr)나 자체 홈페이지(www.shinan-heuksan.com)에서 확인하면 생산 일자·어선 등을 알 수 있다.

최원상 신안군 수산유통담당은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생산이력제 도입 이후 주문량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신안=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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