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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만화 보니 아픈 것 잊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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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2일 오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아병동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소속 최정규·한정욱 작가가 어린이 환자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2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5층 소아병동. 빨간 산타 모자를 쓴 남자 2명의 주변으로 환자복을 입은 아이들 10여 명이 몰렸다.

 “멋지게 그려주세요” “저는 강아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잇따른 요구에 산타 모자 남자들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백지 위에 분주하게 펜을 놀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내년 3월 초까지 진행하는 ‘부천시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만화세상 만들기’의 첫날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만화가 최정규(42·jobtoon 대표)씨와 한정욱(31·만사대길 소속)씨가 참가해 어린이 환자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이들은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입주해 있는 만화가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과 인천 지역 소아병동에 입원한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시작했다.

“자! 다음은 누구 차롄가? 11번 나오세요.”

 11번은 입원한 지 일주일 됐다는 변연수(4)군. 고열과 기침에 시달려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그림을 그려준다’는 말에 애써 웃어 보이려 했다. 옆에 선 엄마가 “더 예쁘게 웃어라”라고 재촉했지만 연수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자 “완전 멋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수 엄마 김경자(42)씨는 “연수가 입원한 내내 시무룩했는데 오늘은 모처럼 활짝 웃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캐리커처 속에서 열감기로 입원한 정태인(8)군은 축구선수가 됐다. 폐렴으로 입원한 김도현(4)군은 선물 보따리를 든 산타할아버지로 변했다. 다리를 다친 김민지(5)양은 백설공주 옷을 입었다. 태인이는 “나랑 닮았죠?”를 연발하더니 “빨리 나아서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 병원 소아병동에서는 캐리커처 그려주기 행사 외에도 만화 박물관 ‘뮤지엄 만화 규장각’이 준비한 ‘만화 마법천자문’ 등 우수 만화 500권도 전달됐다. 또 주사실과 병실 등 곳곳에는 만화영상진흥원 입주업체 리퀴드브레인의 만화 ‘롤링스타즈’의 캐릭터가 붙었다. 야구가 사라진 2030년을 배경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말썽꾸러기들이 야구단을 조직한다는 내용의 이 만화는 TV에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병원 1층 로비에서는 ‘찾아가는 만화 전시 특별전’이 열렸다. 고(故) 길창덕 작가의 ‘순악질 여사’, 윤준환 작가의 ‘꾸러기’ 등 어린이 애독 만화 20점이 전시됐다. 이 행사는 내년 1월 21일까지 계속된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내년 1월 11일∼2월 27일에는 부천 순천향대 부속병원에서, 1월 25일∼3월 3일에는 인하대 부속병원에서 같은 행사를 열 계획이다. 임형택 만화영상원장은 “어린이 환자들이 만화의 즐거움을 통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뜻에서 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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