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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오피스텔·상가도 “작은 것이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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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시장에서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었고 1~2인 가구를 겨냥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사진은 오피스텔 강남역 아이파크 조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소형이었다. 아파트·오피스텔·상가시장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에 실수요자들이 몰렸다. 중소형 전세·매매값 상승은 주택시장 회복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전용 33㎡ 이하 도시형생활주택도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는 동안 오피스텔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분양되는 단지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몸값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역시 소형만 잘됐다. 소형 바람은 상가시장으로 퍼졌다. 전용 40㎡형 이하에 몸값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상가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는 가격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소형이 인기를 끌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급등이 매매 활성화로 이어져=올해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찬바람이 불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은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연초부터 9개월 연속 주택값이 하락했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연말 들어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한강변 유도정비구역 마스터플랜, 잠실 유도정비구역 개발안 설립 등의 호재가 나오고 수급 불안정 등을 이유로 내년 주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투자성이 높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무섭게 올랐던 전셋값은 연말 들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율이 호황기였던 200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를 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물건이 동나자 소형을 중심으로 매매가 하나 둘 이뤄지면서 매매시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평이다. 소형이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오른 가운데 전용 60㎡ 이하 소형이 0.22% 올랐고 105㎡ 이상 중대형은 0.02~0.05% 떨어졌다.

◆소형 인기 끌고 분양가 낮아지고=2008년 금융위기의 한파는 올해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2년째 이어지면서 분양 일정이 연기된 단지도 적지 않았다. 올해 전국에서 새로 분양된 아파트는 18만2000여 가구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공급된 물량 중 최저치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에 비해서도 20% 줄어든 수치다.

 올해 분양시장의 특징은 소형화, 분양가 인하, 지역·단지별 양극화를 꼽을 수 있다. 좀처럼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자금부담이 적은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 공급된 새 아파트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전체 공급량의 80%에 달한다. 청약 성적도 차이가 났다. 3월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분양한 흑석한강푸르지오의 경우 전용 59㎡는 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127㎡형은 2대 1에 그쳤다. GS건설이 11월 부산 해운대구에 공급한 해운대자이1단지도 59㎡형은 청약 경쟁률이 34대 1이었지만 120㎡형은 10대 1을 기록했다. 3~5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들도 속속 등장했다. 올해 새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09년 대비 9% 낮아졌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내놓지 않으면 주택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책정된 분양가보다 낮게 공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이 지지부진했던 반면 최근 몇 년새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던 지방은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호황을 이룬 것도 특징이다.

 ◆몸값도 오르고 분양도 잘되고=부동산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돌았지만 오피스텔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오피스텔로 투자수요가 몰려서다. 은행 금리는 낮고 돈 굴릴 곳은 마땅치 않은 것도 이유다. 수요도 늘었다. 소형 아파트 전세물건이 부족하자 전세수요가 오피스텔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값은 지난해 대비 2.08% 올랐다. 특히 오피스텔 전세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5.26% 상승했다. 단 몸값이 오르면서 임대수익률은 다소 떨어졌다. 올 초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평균 6.36%였지만 현재 5.78% 수준이다.

 지지부진했던 아파트 분양시장과 달리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뜨거웠다. 나오는 단지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 현대산업개발이 10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한 강남역 아이파크는 평균 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3일간의 당첨자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모두 완료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크기가 작을수록 인기를 끌었다. LIG건설이 최근 서울 서초동에 공급한 강남역리가스퀘어 오피스텔은 29㎡형이 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쉽게 팔렸다. 반면 49㎡형은 4대 1이었다. 하나종합개발이 비슷한 때 서울 구로동에서 내놓은 하나세인스톤Ⅱ의 경우 오피스텔 18㎡형 104실은 분양 이틀만에 모두 팔렸지만 36㎡형은 미분양됐다. 몸값도 작을 수록 많이 올랐다. 올 들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값은 전용 30㎡ 이하가 9% 오른 반면 30~60㎡는 4.8% 상승하는 데 그쳤고 61~85㎡는 0.34% 떨어졌다.

 ◆상가시장도 소형 바람=오피스텔만은 못했지만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상품별 온도차가 분명했다. 상가시장도 소형화·안정화 바람이 분 것이다. 서울·수도권에선 크기는 전용 40㎡형 이하, 몸값은 3억원을 넘지 않는 소형상가가 인기를 끌었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GS자이 주상복합 단지 내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1억5000만원 이하인 33㎡ 이하 소형은 분양 두 달 반에 80% 이상 팔렸지만 중대형은 계약률이 40% 정도다. 몸집이 작은 LH 아파트 단지 내 미분양 상가들도 소형을 중심으로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의정부 녹양 1단지 내 상가와 경남 창원 반송지구서 분양한 단지 내 상가 26~41㎡형 47개 점포는 올 5월 유찰됐지만 9월 한 달간 전체 물량의 90%정도가 팔렸다.

 소형 상가가 인기를 끈 데는 규모가 작아 자금 부담이 크지 않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문구점·소형마켓·미용실 등 소형 상가 임대수요가 늘어나서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값이 싸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가 1억 이하인 6~9㎡형 대형 쇼핑몰 내 점포는 찬밥이다. 안정성을 따지는 것이다. 분양가 인하 효과도 있다. 올해 LH 등은 단지 내 상가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최대 50%까지 분양가를 인하하기도 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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