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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테러? … 유엔본부 악취 대피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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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1일(현지시간) 오전 10시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엔 갑작스러운 대피령이 내려졌다. “모든 사람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유엔 총회장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이 있는 건물 지하에서 악취가 풍겨왔기 때문이었다. 놀란 외교관과 직원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건물에서 나온 외교관과 직원은 “디젤유와 비슷한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고 말했다.

 대피령 직후 뉴욕시 소방대와 독극물처리반이 유엔본부로 출동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악취 원인은 하수 역류 때문으로 밝혀졌다. 만조로 유엔본부 옆 이스트강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하수에서 나온 가스가 건물 안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날 소동은 마침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신세대와의 만남’이란 안보리 비공식 행사 직전 벌어졌다. 안보리 순회 의장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가 기획한 이 행사는 내전을 겪고 있는 각국 어린이와 뉴욕시 학생 200여 명을 안보리로 초대해 15개 이사국 대표와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동으로 연기됐다 결국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선 한반도 위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뉴욕에 사는 중국계 여학생(14세)은 “현재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유엔이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이냐”고 물어 폭소가 터졌다. 전날 안보리가 8시간30분에 걸쳐 토론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탓이다. 이에 중국 왕민(王民) 차석대사는 “지난 며칠 한반도엔 전쟁 직전까지 가는 위기 상황이 조성됐다”며 “안보리가 일요일 긴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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