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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심형래 "영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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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할 수 있는 코미디··· 세계서도 먹힐 것"

기계충 먹은 머리에 주끈깨와 커다란 점. 눈을 땡그렇게 뜨고 엄지손가락을 양쪽으로 치켜들고 소리를 낸다. "띠리릿리띠디-." 1980~90년대 주말 저녁이면 온국민을 TV 앞으로 불러모은 뒤 자지러지게 만들었던 그가 돌아왔다. 영.구.
영화 '라스트캇파더'의 개봉(29일)을 앞두고 감독 겸 주연배우인 심형래(52)를 서울 경복궁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7년 영화 '디워' 이후 3년만에 돌아온 그는 다소 초조해보였다. 그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코미디인데 (영화로는) 그런 걸 처음 하려다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그래도 역시 인터뷰가 진행되자 특유의 익살로 대화를 이끌어간 쪽은 그였다.

2007년 '디워'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더 이상 영구는 없다'고 했는데. 영구로 컴백한 배경은.

"내가 그렇게 얘기했었나. 사실 영구가 없을래야 없을 수는 없다. 예전 '유머일번지'의 '영구야 영구야' 코너를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줬다. 세계 시장에 갔을 때 영구만한 캐릭터가 없었다. 특히 영구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마피아를 서로 접목시켰을 때의 코미디는 상상 만해도 재미 있다. 그런 컨셉트를 잡아서 영구로 컴백한 것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라스트갓파더를 하겠다'고 했더라. 어떻게 준비해왔나.
"내가 무슨 얘길하면 사람들이 안 믿고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라스트갓파더'는 2007년 당시부터 준비했다. 그때 우리 회사 직원들을 뉴욕으로 보내 1950년대 건물 같은 것 재현하려고 알아보고 구상했다. 또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었고 이번에 제작을 해서 들고 나온거다."
트레일러 영상이 화제가 됐다. 어떤 이들은 '디워가 아니라 처음부터 코미디영화 하면 어땠을까'라고도 한다.
"나도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사실 '디워'는 세계 시장을 갈 수 있는 교두보였다. 코미디는 시장이 넓다. 외국에 나가보면 미스터빈, 또 코미디로 데뷔한 짐 캐리 등 정말 큰 시장이다. 한국 코미디도 그렇게 하지 말란 법 없다. '라스트갓파더'의 경우 어떻게 세계시장으로 나갈 것인가 고민한 끝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관심이 크니까 오히려 더 부담이 된다."

잘 되면 속편 얘기도 나올텐데. 영구는 계속 갈 아이템인가.

"미국 스태프들도 영구 캐릭터를 참 좋아했다. 어떤 스태프는 '감독보다 영구가 더 좋다'고도 했다. '띠리릿리띠디' 같은 것도 따라하더라. 미국 스태프들이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영구를 해보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단은 차기작으로 3D 애니메이션인 '추억의 붕어빵'을 준비 중이다. 물론 영구를 시리즈로 갈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다."
외국배우와 일을 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또 코미디는 말로 웃기는 것도 중요하고.
"얘기한대로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음악은 감성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남미음악이든, 아시아음악이든, 유럽음악이든, 누구나 듣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코미디는 웃어야 하는 거니까 웃겨야 되는데 어떨 때는 '이런 게 정말 웃길까'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한국에서 영구를 할 때에는 가발쓰고 이빨 빠진 분장하고 오버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영화이니만큼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코믹한 특징을 살리려고 해는데 그런 게 힘들었다."
한국과 미국의 웃음코드에 차이가 있나.
"분명한 차이가 있긴 한데 그래도 슬랩스틱에 대한 반응은 공통이더라. 이번에 찍으면서 슬랩스틱 부분에서는 미국 스태프들도 굉장히 많이 웃었다. 그러면서 '내 코미디도 미국사람한테 먹히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미국 코미디는 섹스터치에 거친 말도 많다. '라스트갓파더'에서는 그런 걸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미국 스태프들이 내 영화를 '필 굿 무비'라고 불러줬다."

감독과 배우 중 더 애착이 가는 역할은.

"아무래도 연기 쪽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무서웠다. 하비 케이틀(돈 카리니 역) 같은 연기파 배우와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게 걱정 되서 잠도 못자고 그 다음날 벌건 눈으로 나가서 연기를 했다. 그런데 같이 연기를 하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 내가 하는 거 잘 받아주는 걸 보며 대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시나리오의 경우 컨셉트는 내가 내놓았지만 작가들이 모여서 스토리를 만들었고 영화 '토이스토리' 작가들이 감수와 검증을 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도 먹히고 미국에서도 먹히고 전 세계적으로 먹히는 얘기가 된 것 같다. 얘기가 빗나갔는데 결국 내가 개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건 연기고 그쪽에 더 애착을 느낀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띠리릿리띠리' 효과음이 히트 칠 조짐인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었나.

"옛날 '영구야 영구야' 할 때 영구가 노래를 하나 불러야 되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소쩍궁 소쩍궁'을 어설프게 부르기 직전에 '원,투,원,투,스리,포- 띠리릿리띠디-"하는 효과음을 넣었다. 그때 어린이들이 많이들 따라했다.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일종의 트렌드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디워'는 네티즌의 호평과 비평가의 혹평이 엇갈렸다. 이번엔 어떤 평가를 예상하나.
"보시는 분마다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이나 '아바타'도 보고는 재밌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떻게 만들면 모두가 만족할까 고민하면서 만든다. 지난 얘기지만 '디워'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게 다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 그런 사랑을 줬기 때문이 논란이 있는 것이다. 이번 '라스트갓파더'도 심형래가 만든 것만은 아니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자 46만명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관심을 보여줬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된다."

흥행은 얼마나 기대하나.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영화에서는 코미디를 처음 시도해보는 건데 국내도 미국도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조만간 미국 개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 베스트 장면을 한 장면만 꼽는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뭐라고 얘기하기가 그렇다. 그냥 영화로 봐라. 절대 다운받아 보지 말고 꼭 돈내고 봐라."

글 :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영상 : 최영기 기자 duran0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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