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북한은 정치인처럼 반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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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6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북한을 다녀온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21일 “남한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했지만 북한이 공언했던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박6일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중국국제항공 편으로 평양을 떠나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의 서우두(首都)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또 자신의 주지사 사무실을 통해 낸 성명에서 그는 “북한이 한국군의 훈련에도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며 “한국 측은 완력을 과시할 수 있었고 북한은 정치인 같은 방식으로 반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 공항에서 리처드슨 주지사는 방북 성과에 대해 “북한은 (대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며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대화의 재개 여지를 제공한 긍정적 여행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 연료봉의 국외 반출, 1만2000개의 미사용 연료봉의 해외 판매를 약속했다”며 “남북한과 미국이 참가하는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 남북 군사 핫라인 구축에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해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이 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려는 의도는 자신들이 우라늄 고농축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 나는 천안함 침몰사건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우려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며 관련국들이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자신과 동행한 미 CNN방송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은 자신들이 너무 지나치게 나갔고 이제는 대화를 위해 세계와 접근할 때란 점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행동 탓에 미국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 모두에 의해 고립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개방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세상과 관계를 맺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6일 평양을 방문한 리처드슨은 방북 기간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이용호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당초 20일 평양을 출발하려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짙은 안개로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출발을 하루 연기했었다. 미국의 유엔대표부 대사를 역임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귀국 후 협상 결과를 미 국무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리처드슨 주지사는 (자신의 방북이) 미국 정부와 무관한 사적 방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적이 있다”면서 “북한이 그의 방문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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