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lose-up] 인텔 미래학자 브라이언 D 존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의 연구개발(R&D) 현장엔 엔지니어들만 바글바글하지 않았다. 미래학이나 인류·심리학 같은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전문가가 수십 명에 달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의 인텔 본사에서 만난 브라이언 D 존슨(38·사진) 디렉터는 본사가 내세운 대표적 미래학자다. 30대에 이미 임원급인 그의 명함을 받아 보니 ‘퓨처리스트(Futurist·미래학자)’라는 직책이 선명했다. 뉴욕의 ‘뉴스쿨 포 소셜리서치(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를 졸업했다. 미래학을 처음 정규 과목으로 가르친 명문대다.

 “스마트폰이든 태블릿PC든 다루기 힘든 기기는 제품 가치가 확 떨어져요. 기술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변화시키던 시대를 거쳐 이제 우리가 풍부한 기술을 ‘쇼핑’해 삶을 변화시키는 시대가 됐어요.” 장래에는 “기술과 사용자·비즈니스, 이 세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소비자가 환영하는 디지털 기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래학자답게 숨이 긴 임무를 주로 맡는다. 개중에 10년 뒤 실행 가능한 컴퓨팅 비전을 개발하는 일이 있는데 이미 7년 됐다. 인류학적 연구 성과와 기술·트렌드 등을 집대성해 인텔과 고객들을 위해 컴퓨팅의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다. 그는 과학논문은 물론 공상과학소설도 여러 편 집필했다.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고 영화 두 편을 연출한 경력도 있다.

 -요즘 디지털 기기의 동향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으로 발전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친숙하고 편리한 기기는 기본이고 감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정보기술(IT) 업체의 신제품들을 보면 이런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근래 어떤 연구에 집중했나.

 “미래 컴퓨팅 시대를 이해하는 데 인간 본성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관해 인텔은 5년간 차세대 스마트TV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구했는데 그 일에 깊숙이 관여했다.”

-전공을 어떻게 반영했나.

 “인문·사회과학 전문가들이 설문조사·가정방문 같은 방법을 동원해 시청자가 TV를 대하는 심리·문화적 배경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TV 산업에서 인터넷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는 차세대TV는 반쪽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TV와 PC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뜻인가.

 “그렇진 않다. 다수는 TV와 PC가 비슷해지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TV에서는 PC의 장점 가운데 인터넷 구동에 중점을 둔 CPU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올해 출시된 소니의 구글TV에 인텔의 소형 CPU ‘아톰’이 장착된 까닭이다.”

 -인문학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국가별 문화적 배경과 역사·사회현상 등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을 봐야 제대로 된 디지털 기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뿐 아니라 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보잉·야후·구글 등이 인류학자를 영입한 걸로 안다. IBM이나 HP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으며, 소니·애플은 전문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의견을 구한다고 들었다.”

 -미래학자 입장에서 향후 소비자가 원하는 기기는.

 “개인화와 지능화라고 본다. 2015년이면 TV로 방영될 콘텐트가 5000억 시간 분량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방대한 양의 콘텐트 중에 나에게 흥미로운 것을 집중해 찾아주는 게 개인화와 지능화다. 스마트TV의 핵심은 소비자가 TV와 같은 대형 화면에서 인터넷에 손쉽게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트만 보고 싶은 욕구의 충족이다. TV에 대한 개인화와 지능화의 첫 단추를 연 것에 불과하다. 2020년이 되면 세상은 지능을 갖추고 소통하는 크고 작은 스크린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샌타클래라(미국)=심재우 기자

▶ 2010 중앙일보 올해의 뉴스, 인물 투표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