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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씨 아파트는 ‘탐욕의 명품 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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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가 1200만원 로열살루트, 150만원 상당 루이 13세, 8000만원대 외화(왼쪽부터)

끝 없는 명품 탐욕. 그것도 주민들의 세금으로. 물론 명품 말고도 받은 뇌물이 15억원이나 된다. 이대엽(75) 전 성남시장 얘기다. 시장 잘못 뽑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국 유권자들을 향한 경고다.

 이 전 시장은 영화배우 출신이다. 1960∼70년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망향’ ‘경상도 사나이’ ‘빨간 마후라’ 등 영화 500여 편에 출연했다. 당시 의리파 배우여서 한국영화 터프가이 1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그가 시장 당선 직후 명품을 즐긴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공사를 따야 할 건설업자, 승진에 목매는 공무원들이 그를 가만둘 리 없었다. 그래서 시장을 만나면 업자들은 으레 고급 양주와 명품 넥타이·가방·핸드백을 아무렇지 않게 건넸다. 그들은 선물이라고 했지만 명백한 뇌물이었다.

 지난달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 아파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 김현진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이 이 전 시장의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집을 뒤지던 이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금 다발과 명품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명품 제품은 상자나 면세점 봉투 등에 담겨 있거나 포장된 그대로 발견됐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의 침실에 있던 구급함과 서랍장, 여름 옷주머니 등 뒤지는 곳마다 미화와 엔화, 현금 등이 나왔다고 했다. 모두 8000여만원이었다. 옷장에는 명품 넥타이 300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악어가죽 핸드백을 비롯한 명품 핸드백도 30여 개나 발견됐다.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인 듯 포장지 안에 담긴 채였다.

 양주도 나왔다. 거실 진열장이 아닌 침대 밑, 발코니 서랍 등에 한 병에 150만원씩 하는 루이 13세 코냑 3병과 150만원짜리 38년산 로열살루트 위스키 한 병 등이 쑤셔져 있었다. 급하게 숨긴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발견된 양주만 30병.

 특히 옷방 붙박이장 틈 사이에서는 50년산 로열살루트가 발견됐다. 200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과 로열살루트 스카치 위스키 제조 50주년을 기념해 50년 이상 된 원액으로 딱 255병만 만든 최고급 위스키다. 포장지 가격만 20만원이 넘는 이 양주에는 73번이라는 시리얼 넘버가 찍혔다. 2008년 분당구 석운동 승마연습장 허가와 관련, 사업자로부터 받은 것이다. 워낙 고급 술이다 보니 판매자나 구매자가 한정되면서 뇌물 전달자가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4시간에 걸친 압수수색 끝에 네 상자 분량의 압수품을 확보했다. 모두 100만원 이상의 고가 물품이었다.

성남=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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