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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로커 앨라니스 두번째 내한공연

중앙일보

입력

젊은이들의 가슴을 흔드는 흡인력 만점의 가사, 폭발적인 가창력, 뛰어난 편곡, 핵심을 찌르는 자기 연출, 26일 오후7시 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02-2237-6011) 에서 내한공연하는 캐나다 출신 얼터너티브 록 여가수 엘라니스 모리셋의 스타일이다.

95년 솔로로 데뷔한 그녀는 1집이 2천만장 이상 팔리는 빅히트를 치며 90년대 '디바' 로 떠올랐다.

재니스 조플린 처럼 마녀와 같은 카리스마는 아직 없지만 98년 2집에서 보여준 음악적 성장은 정말 그녀가 '21세기의 조플린' 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한다.

엘라니스는 영어가 짧은 한국인들에게도 쉽게 들어오는 가사와 그것을 받치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사운드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96년 첫번째 내한공연 당시 아직 크게 알려진 스타가 아니었음에도 세종문화회관이 꽉 찬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번 공연에서 많은 국내 팬들은 선율이 낯익고 대중적인 1집 (Jagged Little Pill) 의 수록곡들에 관심을 모을 듯하다. 이들 곡은 멋진 사운드 이상으로 일품의 가사를 자랑하고 있다.

'난 파산했지만 행복해/ 난 깡말랐지만 건강하고/ (중략) 아직 한손은 주머니안에/ 나머지 한손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으니까' (핸드 인 마이 포캣) .' 같은 가사는 지긋지긋했던 카톨릭 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지은 것으로 특히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우리 10대들에게도 잘 어필한다.

본인이 직접 작사한 그녀 노래는 이렇게 어느 나라 소녀들이 들어도 공감할 내용을 따스하게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영적이고 초월적인 것에 대한 희구도 그녀 음악의 중요 테마다.
"난 내 영혼의 동반자를 찾고야 말테다. / 누군가 이 암흑을 끝내 줄 이를 / 그리고 난 내 동류를 만나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원하는 모든 것-All I Really Want) 반면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잘못된 세상에는 강한 음성으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넌 알아야만 해/네가 내게 지어온 십자가를/넌 알아야만 해" 라고 외치는 '넌 알아야만 해' 는 제맘대로 애인을 갈아치우는 방종한 남성들에 대한 후련한 카운터펀치다.

이같은 모순된 현실에 대한 공격의식과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러브송을 조화시키는데 그녀 음악의 매력이 있다.

'발위에 머리(Head Over Feet) ' 같은 아름다운 발라드와 돌연 솟구치는 폭발적 창법이 인상적인 '우스운(Ironic) ' 등이 그런 곡들이다.

반면 지난해 나온 2집 '한때 놀아본 아이'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 은 1집에 비해 한결 가라앉아있고 때로 난해한 느낌마저 준다.

녹음기간중 인도를 다녀온 그녀가 전작의 '폭발' 대신 진지한 자기성찰을 택했기 때문. 그녀는 이 음반에서 깊숙히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듣는이 마음을 짚어내는 센스는 여전하다.

특히 목메이는 목소리로 "우리 모두 같은 처지야" 를 외치는 '용서(Forgiven) ' 는 듣는 이의 얼굴에서 눈물을 훔쳐내는 매력이 있다.

2집은 한 여가수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작자가 써주는 뻔한 러브송만 불러야하는 한국 여가수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음반이다.

이같은 그녀 음악의 모든 것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해볼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올해 팝 콘서트중 품질면에서 일급에 들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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