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덕훈 “우리가 언제 말해놓고 안 하는 거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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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연평도 사태를 놓고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결렬됐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510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규탄해야 한다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과 이를 반대한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북한은 중국·러시아를 등에 업고 안보리를 통해 한국군의 사격훈련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수가 바뀐 남북의 표정도 엇갈렸다.

박덕훈(사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9일 저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막판에 건물 밖으로 나갔다. 안보리가 남북한 대표를 내보낸 뒤 막판 협상에 나선 사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회의 결과가 북이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허탈한 표정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안보리 회의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나머지는 이사국들이 알아서 하겠지.”

 -안보리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할 건가.

 “외교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다음은 우리 군이 나설 것이다. 언제든 자위적 타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하면 대응사격을 할 건가.

 “우리가 언제 말해놓고 안 하는 거 봤나. 역사적으로 살펴봐라. 우리는 한다면 한다.”

-대응사격은 어떻게 할 건가. 남한이 쏜 만큼 대응하는 대칭 전략을 따를 건가. 아니면 남한 사격과 상관없이 대응할 건가.

 “전적으로 군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남한이 하겠다는 건 방어 훈련인데.

 “남쪽이 포를 쏘겠다는 지역은 공화국 서해안에서 12마일(19.2㎞)도 안 떨어진 곳이다. 우리 땅이 빤히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이런 곳에 포탄을 쏘겠다는 게 방어 훈련이냐. 남쪽이 훈련을 할 만한 곳이 연평도밖에 없나. 굳이 연평도를 고집하는 저의가 뭐냐. 누가 봐도 이건 군사 도발이다.”

 -남한 영해에서 훈련을 하겠다는데 왜 문제 삼나.

 “그게 왜 남한 영해냐. 북방한계선(NLL)은 미군이 멋대로 그어놓은 선이다. 지도를 봐라. NLL이 개성·해주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지 않나. 국제사회에서도 국제법 위반이란 지적도 많다.”

 -1953년 유엔군사령부가 NLL을 정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도 NLL을 인정한 게 아니냐.

 “그렇지 않다. 73년에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당시 북한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NLL 무효화 선언을 했다). 이후 많은 충돌이 있었다. 이는 NLL을 집착한 남쪽의 고집 때문에 일어난 거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평양에 오셨을 때 합의한 게 있지 않으냐. 10·4 선언에 담겨 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다. 이번에 사격 훈련을 하겠다는 곳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약속했었다. 그 합의를 따르면 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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