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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격 훈련 … 긴장의 하루 보낸 시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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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일 연평도 주민이 방공호에서 방독면을 쓴 채 사격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주민대피령은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동시에 내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직원들과 뉴스 속보 계속 봤어요. 주말부터 ‘한다! 한다!’ 그래서 다들 불안했던 거죠. 별 탈 없이 끝나 다행이네요.”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이 있었던 20일, 서울의 한 병원 행정실에 근무하는 최경민(34)씨가 전한 사무실 분위기다. 최씨는 연평도 사격 훈련에 찬성한다. “북한을 자극할까봐 통상적인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안보에 득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훈련은 북한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말 그대로 훈련일 뿐”이라며 “때로는 강경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의 사무실에는 반대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인데 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해서 얻는 게 무엇이냐”는 주장이다. 최씨는 “의견은 분분했지만 훈련이 종료되고 나니 마음은 오히려 안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연평도 사격 훈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훈련이 끝나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이재민(25)씨는 “별 탈 없이 훈련이 종료돼 오늘 예정돼 있던 회사 송년 모임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훈련 전에는 불안감이 컸는데 끝나고 나니 좀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을 하더라도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 불안감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부 신영숙(53)씨도 “북한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한숨 돌렸다”면서도 “언제 도발할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함 속에서도 정당한 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유창범(28)씨는 "북한의 위협에 위축돼 우리 군 훈련이 축소되면 결과적으로 우리 영토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면서 "늘 해오던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오히려 쉽게 도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대학원생인 이혜원(30)씨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문제를 중국과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 특히 중국은 영토 분쟁 때문에 남북 정세에 개입하는 것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조민호(48)씨는 “미국 역시 국내 정치 상황이 좋지 않자 남북 갈등과 북한에 대한 압박을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네티즌도 하루 종일 토론을 벌였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주권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훈련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네티즌과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훈련으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수백 개의 글을 올리며 토론을 이어갔다.

 ◆엇갈린 시민단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연평도 사격 훈련을 지지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영해에서 필요에 의해 독자적으로 하는 훈련이니 의연하게 행해지는 게 맞다”며 연평도 사격 훈련을 지지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도 “이번 훈련은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하는 훈련이다. 통상적인 훈련조차 수행하지 못하면서 안보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 단체들은 “무책임한 사격 훈련”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유엔에서 안보리가 소집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측도 “사격 훈련으로 한반도에 전면전이 일어날 개연성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심새롬·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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