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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퍼지는 유기농 화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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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도 살아있는 신체기관 중 하나이므로 안전한 성분의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 [닥터알카이티스 제공]


‘입으로 먹을 수 없지만 피부는 먹어도 된다?’ 피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화장품이 인기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인 톱모델의 뷰티시크릿으로 알려지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프랑스·호주 등에서는 유기농 화장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과 인터넷쇼핑몰이 확산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유기농 화장품 시장규모가 매년 15~20%로 성장하고 있다. 트렌드세터(유행을 이끄는 사람)가 많은 우리나라에도 최근 유기농 화장품들이 들어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기농은 농약·화학비료 전혀 사용 안 해

2006년 국내 화장품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여성 76%, 남성 62.1%가 향후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수요가 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2월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유기농 화장품으로 표시되려면, 내용물의 전체 성분 중 95% 이상이 천연 유래 원료여야 하고, 유기농 원료가 10% 이상 함유돼야 한다. 식물·미네랄·동물에서 얻은 원료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또 원료를 제조·배합할 때도 건조·추출·압착·분쇄·발효·응축을 할 수는 있어도 탈색이나 탈취, 방사선 조사, 유전자공학을 이용한 기술, 염소화합물 처리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유기농(Organic) 화장품은 언뜻 천연(Natural)이나 식물성, 자연주의 화장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원료의 재배 과정부터 다르다. 천연·식물성·자연주의 화장품의 원료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반면 유기농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유기농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고 재배된 것들이다. 카드뮴·수은·납 등의 중금속은 물론 살충제·곰팡이 제거제·제초제 등의 농약도 허용되지 않는다.

피부는 심장·간 등 몸속 장기의 표면과 같아

품질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보다 비싼 편이다. 그런 유기농 화장품이 정말 피부 건강에 더 좋은 걸까. 한양대 생명과학과 이선경 교수(자연과학연구소)는 “피부는 발생학적으로 심장이나 간·폐와 같은 몸 속 장기의 표면과 같다”며 “체내에 유해한 성분이 피부에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피부도 세포로 이뤄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따지듯 화장품 성분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식물 연구를 해온 미국 화학자 사울 알카이티스 박사는 “피부에 바르는 것은 입으로 먹는 것과 같다”며 “피부 표면에 붙이는 피임·금연 패치도 각질층을 뚫고 침투해 인체로 약 성분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스킨 위에 에센스·로션·크림 등을 여러 겹 덧발라도 화장품 성분이 피부 속에 충분히 전달된다”고 말했다. 대량생산 유통되는 화장품은 대부분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을 담고 있다. 화장품의 주성분이자 피부를 부드럽게 가꿔주는 지방분이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방부제를 쓸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대한화장품의학회장)는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성분은 사용이 금지됐다”며 “시중의 화장품 원료는 각종 시험을 거쳐 식약청 허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용법대로 쓴다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방부제 대신 허브로 저장기능 높여

문제는 일부 예민한 피부다. 윤 교수는 “아무리 허가받은 원료라도 피부 타입에 따라 발진이나 홍반, 뾰루지가 있을 수 있다”며 “화장품을 발랐다가 문제가 생겼다면 향료·방부제·항생제 등 어떤 성분이 자신과 맞지 않는지 확인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피부과에서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보는 첩포 검사(patch test)를 할 수 있다. 자신이 썼던 화장품을 등 위쪽이나 팔 안쪽 면에 바르고 첩포를 붙여 2~4일 후 변화를 판독한다. 이선경 교수는 “유해한 성분을 발라도 개인 차에 따라 별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다”며 “다만 화장품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장기간 사용하므로 부정적 효과가 축적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카이티스 박사는 “거의 모든 화학방부제나 인공색소·향료, 유전자 조작된 성분은 피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먹을 수 없는 성분은 바르지 말라’는 철학을 갖고 199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닥터알카이티스)를 개발했다. 식물 효소(엔자임)의 잠재적 치료능력을 화장품 안에 담아낸 것이다. 화학방부제 대신 특정 허브와 오일을 배합해 저장기능을 높이고, 유통기한을 1년 이내로 줄였다. 그는 “화장품 보존을 위해선 화학 방부제를 쓰는 것이 훨씬 더 편하지만 인체에는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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