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대법관 5명 내년 퇴임 … 사법부 권력 대이동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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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법조계의 최대 화두는 세대교체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3분의 1이 임기(6년) 만료 등으로 바뀜에 따라 새로운 얼굴들이 사법부의 키를 쥐게 된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 등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던 대법관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법원 판결의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내년 2월 양승태 대법관 퇴임에 이어 5월엔 이홍훈 대법관이 정년을 맞는다.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11월엔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5명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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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대법원장 교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대법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임명돼 공판중심주의 확립을 독려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심기 위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는 집권층과 긴장 관계가 이어졌다. 이 대법원장 후임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사법 행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정부-대법원 간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

 이홍훈·박시환·김지형 대법관 등 소위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퇴임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세 대법관은 지난 8월 물러난 김영란 대법관, 2012년 7월 임기 만료를 맞는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진보 성향이 짙은 소수의견을 내왔다. 이 때문에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대법원장과 퇴임 대법관들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법조인이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대법원 구성이 다소 왼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동국대 총장에 선임된 김희옥 재판관이 이달 말 중도 사퇴한다. 이어 3월엔 이공현 재판관이, 7월엔 조대현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는다. 김희옥·이공현 재판관과 양승태 대법관의 후임은 당장 내년 초에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 몫으로 분류되는 김 재판관 후임으로는 황희철(53·사법연수원 13기) 법무부 차관과 박용석(55·13기) 법무연수원장, 황교안(53·13기) 대구고검장, 안창호(53·14기) 광주고검장 등 현직 고검장급 인사들이 거론된다. 헌법 전문가로 꼽히는 이석연(56·17기) 전 법제처장, 정종섭(53·14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도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양 대법관과 이 재판관 후임으로는 이상훈(54·10기)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진성(54·10기)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현직 고위 법관들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검찰도 물갈이=검찰에서도 김준규 검찰총장의 임기가 내년 8월 끝난다. 그의 후임은 현 정부 후반기의 사정을 책임질 것이란 점에서 내년 4, 5월부터 후보 논의가 본격화할 수도 있다. 또 지난해 총장 후보 낙마 등으로 인한 초유의 지도부 집단사퇴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승진이 앞당겨지면서 1년여 동안 묶였던 고검장·검사장급 인사가 차기 총장 임명을 계기로 대규모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 정기인사에 대해선 인사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검장 중에서 헌법재판관이 배출될 경우 고검장 한 자리가 생기지만, 고검장급 9명이 모두 잠재적인 총장 후보여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 경우 인사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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