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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회 사건’ 피해자 207억 배상 받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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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2년 5공 정권 시절 군산 제일고 전·현직 교사들의 독서 모임을 반국가단체로 조작한 이른바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20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 이림)는 “국가는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 본인에게는 4억~10억원씩, 가족에게는 1억~4억원씩의 위자료와 이자를 계산해 33명에게 총 20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영장 없이 강제연행 돼 불법 구금됐고 고문과 회유·협박으로 겁에 질린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며 “국가가 불법 행위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도 여러 차례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팔과 가슴을 줄로 묶고 두 엄지손가락에 전류를 통과시키는 ‘써니텐 고문’, 옷을 벗긴 뒤 양팔로 무릎을 안게 하고 오금에 철봉을 끼워 양쪽 테이블 사이에 매다는 ‘통닭구이 고문’, 벌거벗은 채로 천장에 매달아 빙빙 돌리는 ‘비행기 고문’ 등이다. 교사들은 고문을 이기지 못해 거짓 자백을 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고문 사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허위 자백을 근거로 유죄 판결했다. 특히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대학교육을 마친 교사가 공산주의 사회를 동경했고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 없이 변명만 하고 있다”며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파면되고 우울증과 질병에 시달렸다. 가족들도 직장을 그만두라는 압력과 조롱을 받았다. 자녀들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부모님은 투옥 소식을 듣고 충격으로 쓰러지거나 숨지기도 했다. 아내가 유산한 경우도 있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송회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2008년 광주고법 형사1부는 2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피해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광주고법은 피해자들에게 6600만~2억6000만원의 형사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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