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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현장에서 인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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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STX 남산타워 22층 대회의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입사 지원자 진모(32)씨에게 물었다.

 “이것저것 경험하느라 학업에 소홀했던 건 아닌가요?”(강 회장)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그랬습니다. 사업도 벌였고, 휴학을 하고 친한 선배가 있는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진씨)

 “가볍게 처신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강 회장)

 “도전 정신이라 생각합니다.”(진씨)

 “좋게 보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도전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중간에 왔다갔다 하면….”(강 회장)

 “제가 도전해서 성공했다면 STX에서 저처럼 좋은 인재를 뽑을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진씨)

 “난해하구먼.”(강 회장)

 강 회장은 이날 하루 종일 계열사 임원진 5명과 함께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석했다. 가운데에 앉아 “해외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다면 기꺼이 도전할 건가” “졸업하고 뭐 했나” “꿈은 뭔가” 등 주로 큰 그림을 묻는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배고플 테니 면접을 빨리 끝내야겠다”며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입사 지원자들이 퇴장하면 면접 답변을 바탕으로 임원들에게 회사 현황을 물으며 개선점을 지시하기도 했다.

 STX의 최종 면접은 강 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대기업 면접에서 오너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STX 관계자는 “면접관 여섯 명 중 한 명의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라며 “신입사원을 직접 보고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의 인재관은 ‘현장에서 인재를 찾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매년 면접에 참석하고 수시로 직급별 간담회를 한다. 직원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인재를 뽑을 때는 화상 면접까지 치를 정도로 인재 욕심이 많다. 강 회장은 평소 “2005년 그룹공채 신입사원을 처음으로 뽑았을 때가 기업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달 초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인재 경영’을 3대 경영기조 중 하나로 정했다.

 강 회장의 ‘압박 면접’을 견뎌낸 진씨는 이달 초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강덕수의 아이들’은 2011년 1월 입사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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