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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고현정, 주관식 문제를 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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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대물’에서 ‘권력형’ 캐릭터를 맡은 그녀가 또 화제다. 지금까지 그녀가 연기한 작품이나 대중에게 보여준 행동이 이슈의 중심에서 빗겨난 적은 없었다. 뉴스 메이커 고현정을 수식했던 키워드를 네가지로 정리하고 그녀에게 직접 그 얘기를 들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문소림(studio lamp)

원래부터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나요 → Yes or No

드라마 ‘대물’에서 고현정은 역경을 극복하고 여자 대통령이 된다. 여배우의 본능일 수 있는 ‘예뻐보이려는 욕심’과 어쩌면 거리가 먼 배역이다. 드라마 ‘히트’ 속 열혈 여자 검사, ‘선덕여왕’의 카리스마 악녀 ‘미실’에 이은 또 한번의 ‘권력형’ 캐릭터다. 그녀는 요즘의 이런 배역들이 마음에 쏙 들까.

“제가 왈가닥 여장부는 아니거든요. 연약하고 여자다운 모습을 분명히 갖고 있죠. 하지만 예쁜 척은 어릴 때 많이 해봤잖아요. 저 지금 마흔이에요. 요즘 내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연스럽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은 나이에 순진한 척, 모르는 척 하고 내숭 떨면 그건 ‘민폐’죠(웃음).”

늘 그렇듯 진솔하고 가식 없는 대답이다. 이렇게 꾸밈없는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됐다는 사람도 있고, 친한 언니 같아서 신비주의 연예인보다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런 성격이다. 그녀와 절친한 MC 김제동은 고현정을 보고, “넘치는 푼수기에 술 마시고 진상 잘 떠는 편한 동네 누나”라고 말했다. 30대 중반을 지나는 여배우들이 약간은 우악스럽거나 주책 맞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현정은 신비주의를 버리고 일상적으로 편안한 속내를 내보이며 대중과 더 친해진 케이스다.

하지만 그녀는 “내 성격이 온전히 그런 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물론 새침하고 예쁜 척하기보다는 비교적 화끈하고 털털한 스타일에 가까운 건 맞다. 하지만 수다스럽거나 외향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고현정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푼수가 되면 상대방이 나한테 부담을 덜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만나 친해지려면 어떤 계기로든 호감을 갖고 상대에 대한 편견이나 경계심을 버려야 하는데, 얼굴 알려진 사람이라고 자꾸 움츠러들거나 모습을 감추려고 하면 사람을 제대로 사귈 수 없다는 얘기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해야 좋은지 고민 안 해요. 그냥 내가 먼저 편하게 대하는 게 인간관계의 노하우죠. 그러면 사람들이 나한테 칼을 겨누지 않아요. 솔직하게 말하려고 애쓰고 털털한 척도 많이 하지만, 사실 꼭 그런 성격만은 아니거든요. 남들 앞에 서는 게 부자연스러워서 배우를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죠. 그 속에서 효과적으로 사람과 사귀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싱글 생활은 아무 문제없이 괜찮나요 → No

고현정은 연애나 남자 관련 질문을 받으면 보통 장난 섞인 멘트로 넘긴다. 예전 드라마에서 연하남과 호흡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유부남(권상우, 차인표)이기에 재미 삼아 소감을 물어봤더니 “나는 임자 있어도 빈틈만 보이면 바로 대시하니까 다들 긴장하셔야 된다”며 깔깔댄다.

“드라마에 키스신이 있으면 꼭 맨 정신에, 잔뜩 별렀다가 한다”는 발언도 그저 ‘재미있고 주책 맞은 언니’ 캐릭터로 보여서 웃고 넘길 수 있다.하지만 최근 고현정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담담하게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연예계 절친으로 통하는 김제동이 진행해 한 신문에 실었던 인터뷰다. 여기서 그녀는 장난기 쏙 빼고 싱글녀의 바람을 전했다. 고현정은 “빈맥주 깡통이 쌓여가는데 버려줄 남자가 없다”면서, “(선덕여왕)의 비담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칠숙’ 같은 남자 어디 없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성격이 변덕스럽고 고집이 센 편이어서 아내가 될 자질과 소양이 부족하니, 그걸 항상 응원하고 받아주는 ‘아내 같은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아도 너그럽게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돈은 내가 버니까 경제적인 책임감은 안가져도 좋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정명이나 조인성 등 ‘고현정 라인 연하남’들에게 장난처럼 ‘결혼하자’는 멘트를 날리던
그녀다. 비록 그 연하남들이 형이라고 부르는 털털한 ‘동네 누나’지만 싱글 생활은 가끔 쓸쓸한가 보다.

그녀는 이 인터뷰에서 아이들에 대한 마음도 전했다. 고현정은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다. ‘모정’이라는 단어는 대개 애틋하고 눈물겹게 포장되기 마련이어서, 그녀도 복귀 후 한동안 ‘아이들을 절절하게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엄마’로 언론에 비춰졌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그녀는 두 아이를 ‘쿨’하게 바라보며 다른 모습으로 모성을 내비쳤다.

그녀의 얘기를 옮겨보면,“부족함 없이 잘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단 한 가지,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데, 그것도 아이들의 운명이니 엄살 대신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많으니 꿋꿋하게 버텨달라는 당부다. 그녀는 “나중에 아이들을 다시 만나더라도 ‘아이고 내 새끼’ 하며 울고불고하지 않고, 그냥 쿨하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요즘 고민거리가 뭔지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절한 모정이야 차고 넘치겠지만 그마저도 담담하고 쿨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요즘의 고현정답다.

다시 태어나도 천생 여배우다 → No

그녀의 연기력은 요즘 여배우들 중에서도 ‘동급 최강’ 중 하나로 꼽힌다.미실을 연기할 때는 눈썹 실룩이는 동작 하나로 악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더니, ‘대물’에서는 시원한 독설과 다양한 표정 연기로 열혈 대통령이 됐다. 화면 속에서 그녀의 이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면, 정말이지 타고난 배우처럼 보인다. 연기 잘하는 유전자도 따로 있는 걸까. 하지만 그녀는‘굉장히 치열하게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칭찬해 주시는 것 알아요. 그래서 고마워요. 하지만 연기는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타이밍이에요.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닌데 마치 그게 전부라고 착각하면 그때부터는 퇴보하죠. 익숙해지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오니까 항상 치열하게 긴장해야 돼요. 다른 사람처럼 산다는 건 쉽지 않아요. 내 연기 스타일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본도 있고 감독도 있고, 심지어 시청자들이 상상하거나 호감을 갖는 상상 속의 대상도 있죠. 그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고 대중에게 칭찬을 받아내는 건 쉽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말하자면 20년 차 배우 고현정에게도 연기는 녹록지 않은 일이다. 기대치가 워낙 높은 배우이니 그것을 충족시키는 데 드는 수고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그래서일까. 그녀는 최근 “다시 태어난다면 여배우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서, 특히 여자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보통의 직업을 가진 남자로 살아보고 싶다는 고백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마찬가지겠지만 배우로 사는 게, 특히 여배우로 살면서 힘든 부분이 많아요. 연기가 즐겁지만 배우를 또 할 자신은 없네요. 사실 예전에도 남들 앞에 서는 게 부자연스럽고 불편해서 빨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 와중에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열심히 버텨온 거죠(웃음).”

피부에 목숨 거는 ‘동안 홀릭’이다 → Yes

포털 사이트에 고현정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늘 ‘고현정 피부’가 뜬다. 네이버 뉴스 검색란에 입력해 보니 그녀의 피부와 관련 있는 기사만 보름새 10페이지를 훌쩍 넘어간다. 이른바 ‘아기 피부’로 유명하고, 얼굴 건조해질까 봐 날씨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차 안에서 히터나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그녀다. 상대역 권상우에 대한 첫인상을 물어보니 대뜸 “피부도 깨끗하고 몸도 좋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얼마나 피부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 그러다 보니 고현정의 피부와 관련된 ‘루머’도 많다. 그 얘기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과장된 부분도 있고 사실인 부분도 있어요. 요즘 TV 화질이 워낙 좋아서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 ‘고현정은 비행기 타면 한번에 화장품 3통을 쓴다’는 글이 있더라고요. 비행기 안에서 건조해질까봐 계속 화장품을 바른다는 얘기죠. 물론 그건 낭설이에요(웃음). 세안 깨끗이 하고 영양 크림 잘 바른 상태로 비행기를 타는 건 맞아요. 관리하려 애쓰지만 유별날 정도는 아니죠.”

동년배 여자들이 그녀에게 제일 부러워한다는 우윳빛 피부의 비결은 뭘까. 한때 ‘피부과에 들인 돈만 1억이 넘는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기본적인 것들만 지키면서 관리한 게 전부다. 화장은 깨끗이 지우고, 오랫동안 꼼꼼히 세안하고(솜털 하나 하나 씻는다고 ‘솜털 세안’으로도 불린다), 미스트(수분 스프레이)를 항상 들고 다닌다.
“언젠가 물 많이 마신다고 인터뷰했더니 ‘하루 종일 생수를 입에 달고 살아서 피부가 좋다’고 기사가 나갔어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물만 마신다고 피부가 좋아지길 기대하기는 힘들죠. 매일 꾸준히 관리할 수밖에요. 세안할 때는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고 부드럽게 다루는 게 좋아요. 피부는 무조건 순하게, 가급적이면 덜 건드리는 게 좋거든요. 이상하게 제 피부가 자주 화제가 돼서 뭘 먹기만 하면 다들 관심이 많으신데 별거 없어요. 스트레스 안 받고 자주 씻으면 그게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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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본방 사수’ 하는 이유, 여자 대통령 고현정=박근혜?

정치 드라마 ‘대물’을 둘러싼 실제 정치권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드라마 속에서 현실 정치를 개탄하는 듯한 도발적 대사가 자주 등장하고, 개인 사정으로 작가가 교체되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풍문까지 나돌 정도다.

극 중 고현정이 속한 정당이 ‘민우당’인데, 이를 두고 실제 민주당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더한 단어가 아니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여성 정치가이자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측도 드라마 속 고현정의 캐릭터와 연관성을 두고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눈치다. 여자 대통령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서다.

물론 ‘대물’은 만화를 원작으로 했을 뿐,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는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고현정은 주류 세력에 의해 견제당하고 남편이 없다는 점에서, 싱글인 데다 친이명박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닮았다. 만일 드라마의 인기가 지속되고 고현정이 계속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면 현직 여성 정치인들을 향한 민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반면 그녀의 캐릭터가 무게감을 잃고 좌초하면 실제 정치인 입장에서도 달가울 게 없다. 좋든 싫든, 주력 여성 정치인들이 드라마 속 고현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성중앙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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