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탈 많은 미분양아파트 사내 판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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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중견 건설업체 직원인 김모(38)씨는 지난 상반기 신용카드가 정지되고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렸다. 회사가 수도권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해 김씨의 명의를 빌린 뒤 부도가 난 뒤 중도금 이자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아파트가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되자 회사가 낸 중도금을 환급받아 은행에 갚으려 했지만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환급 대상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미분양 아파트의 사내 판촉 물량에 대한 환급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2~3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크게 늘자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대기 위해 직원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씨의 경우처럼 회사가 부도나면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 공사가 중단되면 계약자들은 분양 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거나 시공사를 바꿔 공사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내 판촉 물량은 원칙적으로 환급이 안 돼 직원들이 중도금을 대신 갚는 등 피해를 보는 일이 많이 생겼다. 직원이 순수한 의도로 구입했는지, 회사가 직원 명의를 빌린 것인지 구입 목적을 분류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계약자와 대한주택보증 간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부산지법은 경북 경산시 사동 D아파트의 경우 회사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준 것이 중간정산 퇴직금이라는 직원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런 분쟁이 잇따르자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는 보증사고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대한주택보증이 부적격 계약자를 선별토록 권고했다. 대한주택보증 김옥주 보증이행팀장은 “선의의 계약자와 사내 판촉용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계약자들의 입금 서류를 다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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