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초고층 빌딩 사업 ‘공회전’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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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개발 사업. 3~4년 전부터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에서 잇따라 개발 계획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랜드마크 빌딩을 지어 관광상품화한다는 명분 아래 자치단체와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초고층 빌딩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주변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일 정도로 개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한 지 벌써 2~3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거의 없다.

애초에 사업성은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추진한 데다 2007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때문이다.

근래 들어 자치단체나 민간 업체가 추진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13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업에 진척이 있는 곳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수퍼타워)와 부산 롯데월드 정도다.

사업비 마련 쉽지 않아

다른 사업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개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일부 사업은 아예 폐기됐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 랜드마크 빌딩 사업은 일부 건설투자자들의 이탈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640m로 지어질 예정인 서울 상암동 DMC랜드마크타워(서울라이트) 역시 당초 12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용산과 마찬가지로 사업비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땅값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송도지구 내 송도인천타워는 당초 151층에서 102층으로 낮추는 사업변경을 추진 중이다. 규모를 확 줄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양시가 추진했던 150층짜리 브로맥스 킨텍스타워는 아예 구상단계에서 폐기됐다.

이들 초고층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잠실 롯데수퍼타워와 부산 롯데월드는 기업이 자체 자금조달을 하는 단지여서 그나마 사업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초고층 빌딩 사업 대부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사업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도 원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만 해도 대형 빌딩이 대거 공급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동산 시장 변화 등의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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