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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검사’ 재수사 3주 만에 전격 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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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 중인 강찬우 특임검사는 3일 건설업자로부터 사건 청탁을 대가로 승용차 등 모두 4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정모(51) 전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정 전 부장은 지난해 1월 S건설 사장 김모씨에게서 3400만원 상당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혐의다. 수사팀은 또 정 전 부장이 2008년 5월~지난해 10월 수차례 김씨를 만나 현금과 수표로 1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임검사는 정 전 부장이 기존에 쓰던 쏘나타 차량(400만원 상당)을 김씨에게 준 점을 감안, 뇌물 수수액을 모두 4600만원으로 계산했다. 뇌물을 건넨 김씨도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2007년 김씨가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 전 부장의 청탁을 받은 의혹이 있는 도모 검사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건설업자 김씨가 자동차 대리점에 보낸 송금 내역이 2건이어서 도 검사도 그랜저를 받은 의심을 받았다. 강 특임검사는 “자동차 대리점 등을 조사한 결과 김씨가 정 전 부장에게 줄 차량 대금을 한 번 취소한 적이 있어 두건의 송금 내역이 나왔을 뿐 도 검사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랜저 검사’ 사건은 김씨로부터 고소당한 S건설 관련 사업의 투자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김씨에게서 그랜저를 받은 정 전 부장이 수사 검사에게 지시해 우리를 기소하게 했다”며 지난해 3월 정 전 부장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은 정 전 부장이 차량 대금을 단순히 빌린 것으로 보고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해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달 김준규 검찰총장이 재수사를 지시했다.

 ◆특임검사가 3주 만에 뒤집은 수사=당초 정 전 부장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검은 “그랜저 구입 대금은 대가 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전 부장이 고발된 사실을 모르고 차값을 갚았다”는 점을 무혐의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 전 부장이 1500만원가량의 돈을 더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에서 일절 나온 바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재수사를 시작하자마자 건설업자 김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한 특임검사팀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을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1년3개월이 걸린 기존 수사에선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사팀은 이 밖에 자금추적·관련자 진술을 바탕으로 정 전 부장이 16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추가로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정 전 부장이 그랜저를 받은 때를 전후로 다른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이 그랜저를 뇌물로 판단한 근거가 됐다. “정 전 부장이 뇌물 혐의로 고발된 것을 모른 채 차량 대금을 김씨에게 돌려줬다”는 기존 수사 결과 역시 특임검사팀의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깨졌다. 강 특임검사는 “정 전 부장이 돈을 돌려준 때는 건설업계 사람들을 통해 고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라고 전했다. 정 전 부장은 밝혀진 사실관계는 대부분 수긍하고 있지만 청탁 등 대가성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수사팀은 당시 검찰 수사관 한 명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기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수사팀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감찰본부의 움직임은 특임검사팀의 수사가 끝난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수사팀의 직무상 태만이나 비위가 발견되면 원칙대로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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