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디어] RSS '맞춤 뉴스' 시대 성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09년, 독일에 '레라치온'이란 이름의 주간 신문이 등장했다. 종이를 통한 뉴스 공급이 시작된 시기다. 20세기엔 라디오와 TV가 대열에 동참했고 인터넷의 역할도 커지기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미디어가 대세였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전통적인 뉴스 공급.소비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블로그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시대의 개막에 이어 '맞춤 뉴스' 시대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기존 뉴스 판단 방식을 파괴한 인터넷 사이트들도 등장해 인기를 얻는다. 언론학자들은 '뉴스 배급의 혁명기'가 왔다고 분석한다.

◆ '나만의 뉴스'서비스 확산=한때 팩스를 통한 맞춤형 뉴스 서비스가 주목을 받았다. 신문사들은 일부 독자를 겨냥한 특별 지면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판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런 아날로그식 맞춤형 서비스가 최근 디지털의 도움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관심 있는 뉴스나 정보를 자동으로 받아보는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매우 간단한 배급) 서비스.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 주소를 골라 등록하면 관련 뉴스를 받아보는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RSS 리더)만 설치하면 돼 간단하다. 특정 주소를 RSS 리더에 집어넣으면 따끈따끈한 뉴스가 배달된다. 이용자들은 e-메일 열어보듯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읽어볼 수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와 영국 BBC 방송 등 일부 선진 언론들은 2~3년 전부터 RSS 서비스에 눈을 돌렸다. 국내 언론사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도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서비스에 나섰다. 언론사 중에선 중앙일보가 지난해 1월 조인스닷컴(www.joins.com)을 통해 RSS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http://help.joins.com/conv/rss.html).(그래픽 1)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채용 정보 및 기업 뉴스 등을 제공하고, 새 음반이 나왔을 때 관련 정보를 보내주는 사이트도 있다. 한걸음 더 나가 지난 4일 모바일을 통해 RSS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넥스소프트는 KTF를 통해 언론사 사이트나 블로그 등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모든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래픽 2)

RSS는 컴퓨터와 모바일 외에도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와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단말기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는 다른 형태지만 속보나 심층 정보를 원하는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유료 서비스들도 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과 독일 디벨트 신문은 다양한 메뉴의 뉴스를 모바일과 e-메일을 통해 제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55호까지 내고 내부사정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월간조선 인터넷통신의 경우 월 2만3000원에 심층 정보를 e-메일로 제공해 왔다.

◆ 세계신문협회까지 등장한 RSS=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에선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와 '세계 에디터 포럼(WEF)'이 열린다. 1000명이 넘는 전 세계 언론계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 RSS가 토의 주제로까지 등장했다.

5월 31일 WEF에선 'RSS 서비스와 온라인 뉴스 집합체 : 위협인가 기회인가? '란 제목으로 강의와 질의가 진행된다. 사이먼 월드맨 영국 가디언 디지털 출판국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 뉴스 판단 기준도 다양=세계적인 뉴스 검색 사이트 구글은 영문은 2002년, 한글은 2004년부터 매체의 신뢰도 등에 따라 뉴스 게재와 순위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편집자가 자의로 뉴스 가치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엔 세계 주요 언론의 보도 빈도에 따라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웹사이트(www.marumushi.com)도 등장했다.(그래픽 3) 이곳의'뉴스맵'코너는 뉴스 가치에 따라 바둑판의 면적을 결정하며 전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또 비주얼이 중요해지면서 사진으로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사이트(http://tenbyten.org)까지 생겼다. (그래픽 4)

이렇게 뉴스 공급 방식은 크게 변하고 있다. 누가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인가. 언론학자들은 정보를 골라 보는 시대엔 누가 질적으로 차별화된 콘텐트를 갖고 있느냐에 흥망이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순천향대 장호순(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블로거나 시민 기자 등 정보 공급자는 무한대로 늘었지만 수용자의 정보 습득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고 정제된 뉴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